터키 이민자 2세인 독일 축구 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30·아스널)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외질은 23일(한국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장문의 성명서를 통해 “제 직업은 축구선수이지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독일축구협회(DFB)와 많은 사람들로부터 당한 부당한 대우와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나는 더 이상 독일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외질은 특히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 회장을 언급하며 “전 세계 많은 선수가 이중 국적을 가진 상황에서 축구계는 인종 차별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축구계에서 일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며 “그린델과 그의 지지자들의 눈에 나는 이길 때는 독일이지만, 질 때는 이민자로 비춰졌다”고 지적했다.
또 외질은 “최근의 사건들로 인해 저는 더 이상 국제경기에서 독일을 위해 뛰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인종차별과 무례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독일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다”며 “2009년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후 내가 이룬 것이 잊혀졌다고 생각한다”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외질은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스웨덴 전 이후 한 독일 팬으로부터 ‘터키산은 꺼져라’라는 말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비방 메일, 협박 전화, 소셜미디어 악플 등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은퇴 선언에 대해 “열린사회를 포용하는 많은 독일인들은 나의 결정에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 5월 외질은 같은 터키 이민자 2세인 일카이 권도안(28·맨체스터 시티)과 영국 런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 유니폼을 선물해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독일과 터키가 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던 상황으로, 두 선수의 정체성을 의심하는가 하면 월드컵 대표팀에서 외질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외질을 향한 독일인들의 비난이 거셌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 외질은 자국 팬과 한차례 충돌까지 있었다. 외질은 한국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0-2로 패배한 후 라커룸으로 향하던 중 한 독일 팬과 충돌했다.
당시 독일 매체에 따르면 정확한 상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질이 팬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탈락 이후 독일은 외질을 더욱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특히 그린델 회장은 지난 9일 외질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진을 찍은 일을 두고 “외질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독일 축구 대표팀 단장 올리버 비어호프도 6일 “월드컵에서 외질이 없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며 외질의 부진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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