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이영표 사장, 박지성 단장…K리그에 이런 시대가 올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25일 05시 30분


이영표(왼쪽)-박지성. 사진제공|KBS·SBS
이영표(왼쪽)-박지성. 사진제공|KBS·SBS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KBO리그)의 특징 중 하나는 선수출신 단장의 선전이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선수출신 단장은 6명이다. 이들이 맡은 구단들이 순위표 윗자리를 차지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선수출신 단장이 늘어나면서 그 흐름은 어느 새 추세가 됐다.

물론 성적이 좋다고 모든 게 긍정적인 건 아니다. 어디에나 장단점은 있다.

선수경험을 구단운영에 접목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선수 보는 눈, 상황 판단력, 정보력에서 전문 경영인 출신보다 상대적 우위를 점한다. 선수단과의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운동선수 선후배라는 점은 스스로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공사의 구분이 중요하다. 자칫 간섭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아무튼 KBO리그는 선수출신 단장이 주류를 이루면서 새로운 얘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이웃동네 프로축구(K리그)의 상황은 어떨까.

K리그1 12개 구단과 K리그2 10개 구단으로 구성된 K리그에서 선수출신 사장 및 단장은 모두 5명이다. K리그1에는 대구 조광래 사장이 유일하다. K리그2에는 대전 김호 사장, 부산 최만희 사장, 광주 기영옥 단장, 안양 임은주 단장 등이 있다.

K리그는 KBO리그와 달리 모든 구단에 사장과 단장이 있는 게 아니다. K리그1에서 사장과 단장이 함께 있는 구단은 강원, 서울, 수원, 인천, 전북, 포항 등 6개 구단이다. 경남, 대구, 상주, 울산, 전남, 제주 등은 사장이 단장 역할을 겸한다. K리그2에서는 광주, 부천, 수원FC, 안산 등 4개 구단이 사장과 단장이 함께 일한다. 물론 사장들 중엔 비상근인 경우가 더러 있다.

임원 구성이 중요한 건 그들의 능력이 K리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들이 추진하는 방향은 K리그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구단에 대한 애정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선수출신의 경우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한다. K리그의 판을 키우기 위해 비선수출신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K리그는 크게 기업구단과 도시민구단으로 나뉜다. 기업구단은 대부분 모기업 출신 임원이 책임자다. 그나마 선수출신은 도시민구단에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시장 또는 도지사가 구단주인 도시민구단은 정치적인 입김이 강한 곳이다. 선거결과와 외풍은 동의어다. 진영논리가 K리그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됐다.

최근 경남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도 정치적인 색깔이 배경이다. 지방선거 이후 자신을 낙점했던 도지사와 이번에 당선된 도지사의 정치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만둘 결심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의 사표는 반려됐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감시 시스템이 느슨한 것도 문제다. 최근 지방 구단 사장의 비리 혐의가 K리그를 얼룩지게 했다. 구단이 마케팅 행사를 통해 받은 항공권 바우처를 개인적으로 사용한데 이어 인턴사원에게 개인적인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지자체 감사는 물론이고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도 징계를 받을 처지다.

기업구단의 경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풍부한 경험과 열정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단장(사장)도 많지만 잠시 왔다가는 곳이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자리의 무게감보다 단기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비전을 담은 구단운영은 먼 나라 얘기다.

스포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얼마나 유능한 사람이 포진하느냐에 따라 그 종목의 위상이 결정된다. 선수단의 역할만으로는 K리그 성장에 한계가 있다. 행정도 함께 커야한다. 그래서 맨 파워를 강조하는 것이다.

젊고 유능한, 그리고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구단 임원이 늘어났으면 한다. 나이나 경력을 따질 게 아니라 능력 위주의 과감한 발탁을 통해 혁신을 꾀해야한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행정가를 꿈꾸는 이영표나 박지성, 그리고 선수 은퇴 이후 꾸준히 공부해온 또래들이 K리그를 위해 헌신했으면 한다. 그게 그들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길이다. 그들이 경험한 선진시스템을 K리그에 접목하는 날은 언제쯤 올까.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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