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들어서도 두산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정규 시즌 1위 달성 여부보다 얼마나 큰 차이로 1위를 하느냐가 관심사라고 할 정도다. 두산은 24일 SK와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면서 최근 5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하지만 63승 31패(승률 0.670)로 2위 SK에 9경기 차로 앞서고 있다.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 제 몫을 해줬던 토종 선발 장원준은 3승 6패에 평균자책점 10.48의 부진 끝에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유희관 역시 4승 6패에 평균자책점 6.72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는 일찌감치 퇴출됐다. 대체 선수로 영입한 반슬라이크 역시 부진 끝에 2군에 머물고 있다.
이런 빈틈을 두산은 든든한 야수진으로 채워 나가고 있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선수층의 두께는 전력의 핵심이다. 두산은 최근 몇 년간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정수빈(경찰) 등 주전급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하지만 특유의 화수분 야구답게 어느새 새 얼굴들이 기존 선수들의 공백을 말끔히 메우고 있다. 올해 두산의 팀 타율은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0.308에 이른다.
백업 선수로 뛰면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한 선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22일 LG와의 경기에 전천후 내야수 류지혁은 탈수 증세를 호소한 허경민을 대신해 선발 3루수로 출전했다. 올해 지명타자로 가장 많이 나선 최주환은 2루수를 맡았다. 백업 포수 박세혁은 우익수로 나섰다. 24일 SK전에서는 유격수 류지혁-2루수 오재원이 키스톤 콤비를 이뤘다. 박세혁은 2경기 연속 선발 우익수로 출전했다.
차세대 주전 유격수로 성장하고 있는 류지혁의 타율은 0.255에 불과하다. 홈런은 하나도 못 쳤고 타점도 14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비에서 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 올해 34차례 선발 출장한 그는 유격수로 21번, 3루수로 9번을 나섰다. 1루수와 2루수로도 각각 2번 선발 출장했다. 여러 포지션을 다 맡을 수 있으니 대수비, 대주자로도 활용도가 높다.
우익수 박세혁 카드도 매력적이다. 박세혁은 포수이지만 우익수에서도 괜찮은 수비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포구도 잘하고 발도 빠르다. 어깨만 따지면 KBO리그 전체 외야수를 통틀어 가장 싱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가끔 우익수 연습을 하는 그는 올해 6월 26일 NC전에서 데뷔 이후 처음 우익수로 출전했다. 6월 5일 넥센전에서는 경기 후반 1루수 미트를 끼는 등 포수와 내야, 외야를 모두 아우른다.
최주환은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주전 2루수 오재원은 1루수도 무난히 소화해 낸다. 김 감독은 “긴 레이스를 하다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모든 팀이 다 준비하는 부분”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돌려쓰는 재미가 누구보다 쏠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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