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원년인 1982년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수비를 하지 않는 포지션인 지명타자는 보통 공격에 특화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임무다. 과거 대표되는 선수로는 김봉연, 마해영, 이호준 등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있다.
한 방을 쳐줄 수 있는 선수들이 지명타자로 팀 타선에 불어 넣는 활력은 엄청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수비에서 아쉬움을 동반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문 지명타자들은 대부분 수비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특정 선수가 지명타자 자리를 시즌 내내 꿰찬다는 것은 다른 선수들의 수비와 체력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 지명타자란 팀 운영에 있어 항상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이다.
현대야구의 발전과 함께 지명타자 제도는 서서히 그 운영 방식이 변했다. 최근 들어선 지친 야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활용하는 포지션으로도 꽤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폭염으로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혹서기에는 여럿이 돌아가며 지명타자로 나서곤 한다.
올 시즌에도 전문 지명타자를 활용하는 팀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자원들이 있지만, 이들 외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게 지명타자로 나설 기회가 주어진다.
올해 전문 지명타자를 쓰는 팀은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로 대표된다. LG는 24일까지 지명타자가 소화한 435타석 중 424타석에 박용택(39)을 기용했다. 선발출장한 대부분의 경기에 지명타자로 나간 셈이다. KIA는 386타석 중 213타석을 나지완(33)이 소화했다. 공격에 특화한 자리다 보니 둘의 타격감에 따라 만들어지는 팀 성적의 온도차는 꽤 크다. 박용택은 시즌 초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상승세에 기여했으나, 7월 들어선 2할 초반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나지완 역시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에는 좀처럼 제 컨디션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6월에는 0.192의 월간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명타자 포지션을 고르게 분배해 활용하는 팀은 SK 와이번스가 대표적이다. 한동민~김동엽~정의윤 등 거포들이 돌아가며 지명타자로 뛰었다. 삼성 라이온즈 역시 박한이를 필두로 구자욱~다린 러프가 돌아가며 지명타자로 뛰었다.
두산 베어스는 최주환(426타석 중 247타석)이 지명타자로 가장 많이 들어섰는데, 김재환~양의지도 체력관리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 자리에 섰다. 최주환은 2루수와 3루수 등 내야수로 출전한 횟수도 적지 않아 멀티플레이어로서 가치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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