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카운트 ‘3B-0S’, 타자는 볼넷을 노리고 참아야 할까. 아니면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이 들어올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인 만큼 적극적으로 스윙을 해야 할까.
2015년 KT 위즈 조범현 당시 감독은 1-6으로 뒤지고 있던 5회말 1사 1루 볼카운트 ‘3B-0S’에서 내야 플라이로 아웃된 한 베테랑 타자를 2군도 아닌 3군으로 보냈다. 그 때 그 타자는 이렇게 변명했다. “참기에는 공이 너무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앞 타자도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 경기 중반 지고 있는 상황, 베테랑일수록 팀에 더 헌신해야 한다.”
야구는 확률의 게임이다. 타격은 치열한 두뇌 싸움의 링이다. 볼넷의 가치는 안타보다 높을 때가 있다. ‘3B-0S’에서 스윙은 볼넷의 성공 확률을 지우고 안타를 통해 한 베이스를 더 노리는 선택이다.
● ‘3B-0S’ 팀 타율 8할 SK·LG
과거 ‘3B-0S’에서 스윙하지 않고 볼넷을 노리는 것은 교과서적인 선택으로 여겨졌다. 스트라이크가 되더라도 투수에게 공을 하나 더 던지게 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LG 트윈스 타자들은 24일까지 올 시즌 67타석의 ‘3B-0S’상황을 마주했다. 이 상황에서 4구째를 공략한 결과는 5타수 4안타 2홈런 8타점이다.
고의4구가 2번, 볼넷은 46개였다. 매우 효과적인 대응이었다. LG 류중일 감독은 “예전에는 절대 치지 말라고 배웠다. 지금도 웨이팅 사인을 낼 때가 많다. 그러나 지금 야구는 쳐야 할 때는 쳐야 한다. 타순에 따라 다르지만 점수가 뒤지고 있는 경기 중반은 참는 것이 유리하다. 단, 다른 상황에서 상대 투수의 상태와 우리 타자에 따라 적극적으로 스윙하라는 사인을 자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자가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을 때가 ‘3B-0S’상황이다. 좋은 공이 들어올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거다. 최근 정상급 포수들은 ‘3B-0S’에서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노리는 변화구를 선택하더라. 그만큼 타자들의 대응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홈런타자가 즐비한 SK 와이번스도 ‘3B-0S’ 상황에서 홈런 2개를 쳤다. 공격적인 스윙 덕이다.
● ‘3B-0S’ 타율 0.000 KT·NC
반대로 KT와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 ‘3B-0S’상황에서 단 1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NC는 44타석에서 43개의 볼넷을 골랐다. 히팅 사인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KT는 49타석에서 4차례 스윙을 했지만 모두 안타에 성공하지 못했다.
홈런타자들의 선택은 어땠을까.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6차례 ‘3B-0S’에서 모두 볼넷을 골랐다. 최정(SK)도 7타석 7볼넷이다. 상대 배터리가 홈런 타자들에게 ‘3B-0S’에서도 절대 좋은 공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기록이 나왔다.
두산 오재원은 달랐다. 4차례 같은 상황에서 2루타 한 개를 쳤다. LG 김현수는 ‘3B-0S’에서 홈런을 때렸다. 외국인 타자들은 더 적극적이었다. 한화 이글스 제러드 호잉은 2안타 1홈런,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도 2안타 3타점을 올렸다. SK 제이미 로맥은 ‘3B-0S’에서 5타석 2안타를 기록했다. 자신만의 히팅 존을 놓치지 않는 외국인타자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