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정규시즌 일정이 3분의 1 정도 남은 가운데 홈런왕 경쟁도 ‘3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좌타자 김재환(두산)과 우타자 최정(SK)이 31홈런으로 공동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외국인 타자 로맥(SK)이 30개로 바짝 뒤쫓고 있다. 4위(24개)와는 6개 이상 앞서 있어 셋 중에서 홈런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팀의 간판들 간 홈런 타이틀 대결, 좌·우타 거포 간 자존심 대결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눈에 띄는 조건을 살펴보면 ‘홈런공장’ 문학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SK 타자들이 유리해 보인다. 최정은 홈런 31개 중 절반에 가까운 15개를, 로맥은 30개 중 13개를 안방에서 쳤다. 또한 SK가 50경기가 남은 반면 두산은 49경기가 남았다. 경기당 홈런 수는 최정이 0.36개, 김재환, 로맥이 각각 0.33개다. 산술적으로 최정이 18개, 로맥이 16.5개, 김재환이 16.2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 SK는 앞으로 안방에서 21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김재환이 가장 유리해 보인다. 최정은 24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주루 도중 왼쪽 허벅지에 부상을 입어 3주간의 재활이 필요하다. 다음 달 개최되는 아시아경기로 KBO리그도 휴식기를 가져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일정상 남은 경기 중 최소 15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면 예상 홈런 수는 12.6개로 약 5개를 덜 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확성의 지표인 타율도 김재환이 앞선다. 시즌 타율은 김재환이 0.346으로 최정(0.248)과 약 1할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로맥의 타율(0.325)도 준수하지만 김재환보다 2푼 이상 낮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정타가 많아야 홈런 같은 큰 타구도 많이 나올 수 있다”며 김재환의 손을 들었다.
최근 페이스도 김재환이 좋다. 시즌 초인 3, 4월 최정(13개), 로맥(11개)이 홈런을 몰아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다 주춤해진 사이 김재환은 6월에만 홈런 14개를 몰아치며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최근 10경기에서 최정, 로맥이 2개의 홈런을 추가한 반면 김재환은 4개를 보탰다. 최정(25개)과 로맥(19개)이 당겨 치는 홈런이 많은 반면 김재환은 당겨 치거나 밀어 치는 홈런 수가 각각 12개로 같다. 투수가 던지는 좌우 코스 공을 모두 공략할 줄 안다는 의미다. 김재환이 홈런왕에 오른다면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타자로 1995년 김상호(25개), 1998년 타이론 우즈(이상 OB·42개) 이후 KBO리그 통산 세 번째다.
다음 달 17일부터 9월 3일까지 18일간의 아시아경기 휴식기가 홈런왕 레이스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김재환은 휴식 없이 아시아경기서 최대 6경기를 뛰는 반면 최정과 로맥은 재충전 기회를 갖는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현재 김재환이 가장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휴식기 전후로 다른 경쟁자들의 ‘몰아치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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