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많은 홈런이나 타점도 결국 팀 승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SK 와이번스 ‘홈런 타자’ 김동엽(28)은 팀플레이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김동엽은 근래 특이한 경험을 했다. 24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서 생애 처음으로 희생번트를 댔다. 시즌 23홈런을 기록 중인 ‘거포’ 김동엽에겐 생경한 일이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4회 무사 1·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김동엽은 곧바로 번트 자세를 취했고 두산 조쉬 린드블럼의 초구에 방망이를 대 3루수 방면 번트 타구를 만들었다. 뒤이어 이재원의 적시타로 SK는 먼저 1점을 뽑았다. 이날 SK는 최종 스코어 3-1로 이겼다.
승리를 향한 SK의 간절함이 엿보인 장면이었다. 후반기 작전의 밀도를 한 층 높인 SK 트레이 힐만 감독 역시 “김동엽은 장타력을 갖춘 훌륭한 타자다. 그러나 어떻게든 1점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이었다. 린드블럼 역시 좋은 투수이기 때문”이라며 “자주 시도하는 작전이 아닌 데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김동엽이 작전에 대해 당황하거나 덕아웃을 돌아보지 않았다. 상황을 잘 읽고, 작전을 이행해줬다”고 칭찬했다. 팀 승리를 위한 중심 타자 김동엽의 값진 희생이었다.
김동엽으로선 조금 멋쩍다. 생소한 광경이긴 했으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는 “린드블럼의 공이 워낙 좋아 당연한 작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로선 전혀 서운할 일이 아니다. 피 말리는 접전이었고, 선취점을 내는 것이 중요했다. 주자를 잘 보내자는 생각뿐이었다”며 “실패하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번트를 성공해 기분이 좋았다. 하필 그날(24일) 경기 전에 번트 연습을 많이 했는데, 번트 사인이 날 줄 몰랐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했다.
새로운 경험은 또 있다. 25일 두산전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는데, 난생 처음 3도루 경기를 펼쳤다. 특기인 홈런은 쏘아 올리지 못했지만, 3안타 2득점도 겸했다. 더욱이 상대 포수 마스크를 쓴 선수는 리그를 대표하는 안방마님 양의지(도루 저지율 0.373)였다. 2회엔 더블스틸로 양의지가 버티고 앉은 홈 플레이트까지 훔쳤다. 김동엽의 주루 센스가 빛난 장면이다. 김동엽은 “타이밍이 맞아 운 좋게 살았다. 도루로 기록될 줄 몰랐다. 태어나서 한 경기 3도루는 처음”이라며 웃었다.
거침없이 장타를 뽑아내는 186㎝, 101㎏의 거구에 ‘발야구’라는 신무기까지 얻었다. 2018시즌 김동엽은 11도루를 기록 중이다. 두 시즌에 걸쳐 4도루에 불과했던 2016·2017년을 돌아보면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잠재력을 깨운 셈이다. 김동엽은 “코치님들께서 ‘너도 도루를 많이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가르쳐 주신대로 실전에서 하다보니 많은 도루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동엽은 “후반기 공격적으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팀이 높은 위치로 가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무더위에 지칠 법도 하지만, 팀 승리를 위해 앞장서는 자세가 ‘2위’ SK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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