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새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헤일(31)은 24일 KIA와의 KBO리그 데뷔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1km였는데, 싱커는 직구보다 빠른 152km가 스피드건에 찍혔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수준급이었다. 단 65개의 공으로 6이닝을 소화하는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안타는 2개밖에 맞지 않았고,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헤일은 이달 초까지 메이저리그에 몸담았던 투수다. 올 시즌 뉴욕 양키스에서 3경기, 미네소타에서 1경기 등 4경기에 나와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했다. 모처럼 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는 한화는 양키스로부터 방출된 헤일을 연봉 50만 달러(약 5억6000만 원)에 데려왔다.
뛰어난 실력만큼 주목을 끈 것은 그의 학력이다. 헤일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프린스턴대 출신이다.
미국 대학들은 운동선수에 대해서도 학사 관리를 엄격하게 한다. 전 세계 수재들이 모이는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들은 과제가 많기로 유명하다. 헤일은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가을에 입학했는데 첫해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진 것 같다. 당시 경험들이 선수 생활 내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헤일은 프린스턴대에 재학 중이던 2009년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로부터 3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그는 애틀랜타 산하 마이너리그 구단에서 뛰면서 틈틈이 학업을 이어가 2011년 학교를 졸업했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나온 그의 앞에는 다양한 길이 열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야구였다. 헤일은 “어릴 때부터 야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개인적으로 사무실 같은 곳보다는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운동하는 게 체질인 것 같다. 다른 직업이야 야구를 관두고 난 뒤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야구 선수의 꿈을 이뤘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학 때 전공한 경제학이 야구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될까. 그는 “그렇다”고 단언했다. 경제학을 공부할 당시 다양한 분석 방법을 배웠는데 타자들을 상대할 때 그런 방식들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
30대 초반인 그는 야구 선수로 한창이다.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나 KBO리그를 밟게 됐지만 여기서 실력을 닦아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NC에서 뛰다 밀워키로 화려하게 복귀한 에릭 테임즈처럼 한국에서 야구 실력을 키운 뒤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선수도 꽤 된다. 은퇴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그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다. 그는 “야구를 그만두면 야구 팀 프런트나 금융 관련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 아니면 개인사업을 할까도 생각 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웃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이비리그 출신은 많은 편이 아니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 4명 정도가 지명을 받지만 메이저리거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역 선수 가운데는 카일 헨드릭스(29·시카고 컵스)가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고교 시절부터 골프와 야구 두 종목에 재능을 보인 헨드릭스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다트머스대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 중 텍사스로부터 다시 지명을 받았고, 2012년 컵스로 트레이드됐다. 2014시즌부터 올해까지 컵스의 선발 한 축을 맡고 있다. 2016년에는 16승 8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하며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다트머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교수님(The Professor)’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올해 초 은퇴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 영(39·전 캔자스시티)도 프린스턴대 출신이다. 208cm의 장신인 그는 대학 시절 농구와 야구 두 종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면서 피츠버그(야구)와 새크라멘트(농구)로부터 동시에 지명을 받기도 했다. 야구를 택한 그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통산 79승 67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이 밖에 보스턴 등에서 뛰었던 포수 라이언 러번웨이는 예일대를, 신시내티 등에서 활약했던 로스 올렌도프는 프린스턴대를 나왔다. 전천후 야수로 활약했던 마크 데로사(전 애틀랜타, 토론토)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