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행복했습니다” 손편지로 이별 전한 선수
“돈보다 꿈, 그 결단에 박수” 아쉬움 삼키고 안아준 감독
“그제인가? 독일로 떠나기로 결정한 뒤 찾아왔다. 손에 직접 쓴 2장짜리 편지를 들고 왔다. ‘감독님께 감사하고’ ‘전북에 와서 행복했다’ 등 구구절절 이재성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런 선택을 내리는 것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꼭 안아줬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홀스타인 킬로 이적한 제자 이재성(26)이 손수 쓴 편지로 최강희 전북 감독(59)을 감동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 감독은 27일 이 사실을 밝혔다.
“솔직히 이재성이 더 좋은 팀으로 가야 했는데 아쉽다. 지난해 중동에서 연봉과 이적료를 훨씬 더 많이 준다는 팀이 있었는데 포기했었다. 러시아 월드컵을 잘 치르고 유럽으로 당당히 떠나겠다고 했는데….”
최 감독은 이재성을 독특한 제자로 기억했다. “다른 선수 같으면 연봉을 몇 배 더 준다면 그냥 떠났을 텐데…. 지난해 재성이는 버튼만 누르면 이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포기했다. 돈보다는 유럽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최 감독은 더 아쉽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재성이 제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지만 멕시코 경기 막판 손흥민(26·토트넘)의 골을 도운 것 외에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다. 최 감독은 “전북에서 한 활약의 50%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빅리그에서 이재성을 데려가겠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홀스타인 킬은 달랐다. 홀스타인 킬은 이재성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분데스리가 2부 개막전(8월 4일)부터 이재성을 뛰게 하겠다는 자세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 최 감독은 “재성이가 한 일주일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얘기 안 했지만 주위에서는 ‘2부인데 왜 가려 하느냐’고 했나 보다. 하지만 결정을 내렸다. 그의 결단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최 감독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우선순위도 아닌 자유계약으로 고려대 출신 이재성을 뽑았고 곧바로 주전으로 발탁했다. 이재성은 2014년 전북의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주도하며 그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5년에도 전북을 우승시키며 K리그 신인상을 받았고, 2017년에도 전북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 상을 수상했다. 2016년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주도했다.
“이런 선수가 어디 있나. 매년 우승하고 상 받고…. 일부에서 재성이가 행운아라고 하는데 아니다. 진짜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독일에서도 결실을 얻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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