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군단은 지독한 외국인투수 잔혹사를 올해 끊어낼 수 있을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여럿 잡히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두 명의 외국인투수를 새롭게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팀 아델만(31)과 리살베르토 보니야(28)가 그 주인공이다. 아델만이 총액 105만 달러, 보니야가 70만 달러에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새로운 두 외인투수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유독 외국인투수 덕을 보지 못했다. 무려 6명의 외국인투수가 2년간 단 11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원투펀치 부재에 성적은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아델만과 보니야는 팀 안팎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반기에 보니야와 아델만은 나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제구 불안과 기복 있는 투구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기에 합작한 승수는 10승, 이전 2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성적이었지만, 평균자책점이 각각 4점대 후반과 5점대에 불과했다.
들쭉날쭉한 제구로 속을 썩였던 아델만은 한때 ‘퇴출 위기설’까지 돌았다. 그러나 삼성 김한수 감독은 “외인투수에 대한 교체는 없다”며 신뢰를 보냈다.
아델만은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종료에 앞서 시즌 전 외쳤던 투구폼 교정을 마무리했다. A코치는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투수들은 자존심이 세다. 투구폼을 교정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델만은 본인이 먼저 투구폼에 대해 조언을 구하더라.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아델만의 모험수는 효과를 보였다. 밸런스가 잡히기 시작하자 제구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후반기 두 번의 등판에서 14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0.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후반기 들어 비로소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보니야는 팀 색깔에 맞게 오히려 폭염에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중이다. 6월에 대량실점으로 단번에 무너졌던 모습이 7월부터는 아예 사라졌다. 최근에는 꾸준하게 긴 이닝을 3자책점 이하로 막아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후반기 세 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1승 무패, 평균자책점은 3.44다.
삼성의 외국인투수 듀오가 마지막으로 10승씩을 기록했던 것은 3년 전인 2015년의 일이다. 당시 알프레도 피가로(13승)와 타일러 클로이드(11승)가 나란히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아델만과 보니야는 올 시즌 현재 6승씩을 마크하고 있다. 두 외인투수는 앞으로 6~7차례 정도의 선발등판이 더 가능하다.
삼성은 29일 홈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13-1 완승을 거두며 1533일만에 KIA전 스윕의 기쁨을 맛보며 시즌 처음으로 5위(48승2무52패)로 올라섰다. 외국인 선발 듀오의 활약에 힘입은 ‘여름성’이 점점 더 힘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