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유도 종목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한일전이다. 전통적인 유도 강국으로 손꼽히는 한국과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일본의 자존심 대결만큼 흥미로운 요소도 없다.
이번 AG 유도 여자 48㎏급에서도 양국의 금메달 대결에 큰 관심이 쏠린다. 2016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정보경(27·안산시청)과 동메달리스트 곤도 아미(23·일본)는 나란히 AG 첫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안고 매트에 오른다.
정보경은 한국 여자유도의 간판스타로 평가받는다. 리우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66㎏급 조민선(금메달)과 61㎏급 정선용, 52㎏급 현숙희(이상 은메달)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결승 무대를 밟은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업적이다. 근력과 힘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유도를 하는 정보경은 153㎝의 작은 키로도 상대의 공격을 어려움 없이 막아낸다. 그 비결은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며 큰 기술을 연마하고 체력을 키운 덕분이다. ‘미치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다’는 좌우명은 정보경의 승부욕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일본은 여자 48㎏급의 최강이라는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일본 여자유도의 간판으로 군림하며 2000시드니·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다니 료코(현 일본 국회의원)의 체급도 48㎏급이다. 이 체급의 일본 대표선수들은 ‘최고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마음가짐이 강하다. 곤도는 일본 여자 48㎏급의 대를 이을 선수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 중국 후허하오터에서 열린 ‘2018 국제유도연맹(IJF) 그랑프리’ 이 체급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세를 한껏 올렸다.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기습적인 공격과 허벅다리 기술이 일품이다. 실제로 곤도는 리우올림픽 준결승전에서 파울라 파레토(아르헨티나)에게 패한 뒤 동메달결정전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가까스로 동메달을 따낸 뒤에도 공식 인터뷰에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리우올림픽 당시 곤도의 발언도 정보경에게 자극제다. 당시 곤도는 “준결승을 통과하면 결승에선 금메달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만약 곤도가 준결승을 통과했다면, 이 체급 결승전은 정보경과 그의 맞대결이었다. 둘의 상대전적도 2승 2패로 팽팽해 이번 AG에서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흥밋거리다. 정보경에게는 2014인천 AG 이 체급 동메달의 아쉬움을 씻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그 상대가 곤도라면, 짜릿함은 두 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