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면 펑펑 터진다… 폭염 기승, 7월 최다 홈런 눈앞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0일 03시 00분


공기 밀도 낮아져 비거리 늘어… 습도 88% 28일 수원 대포 8발
4월 아슬아슬하게 잡힌 공, 7월엔 펜스 넘어갈 수도

한화 복덩이 외국인 선수 호잉은 28일과 29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폭염 탓에 심한 어지럼 증세를 보여 병원 신세까지 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염이 야구장에서 불청객만은 아니다. 잠시나마 무더위를 씻어줄 ‘한 방’의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불쾌지수를 높이는 주범인 ‘높은 온도와 습도’는 평범한 플라이볼을 홈런으로 변모시키는 역할도 한다.

28일 수원에서는 LG가 5회 한 이닝에만 KT 피어밴드에게 6점을 뽑아 7-6 역전에 성공했지만 9회말 김지열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접전 끝에 1점 차(11-10)로 패했다. 이날 경기 중 비가 오락가락했던 수원은 전국 5개 구장 중 가장 높은 습도(88%)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수원에선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홈런(8개)이 터졌다.

29일에는 전국 5개 구장에서 14개의 홈런이 나와 이날까지 7월 홈런 수는 249개를 기록했다. 31일 경기에서 12개 이상의 홈런이 나오면 10개 구단 체제가 확립된 2015년 이후 7월 최다 홈런(2017년 260개)을 넘어선다. 실내에서 경기를 치러 날씨 영향이 거의 없는 고척돔에선 지난해 7월 12경기에서 33개의 홈런이 나왔으며 올해는 15경기에서 36개의 홈런이 터져 큰 변화가 없었다.

이날 두산 김재호는 한화전에서 2004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0호)을 기록했다. 7월에만 3개의 아치를 그린 김재호의 이 기간 평균 홈런 비거리는 123.3m, 시즌 홈런 전체 평균 비거리도 120m에서 121m로 1m 늘었다.

물론 홈런의 필수요소인 ‘타구속도와 타구각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타자의 능력이다. 다만 타구의 비거리를 늘리고 줄이는 데 ‘대기의 밀도’가 작용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폭염이 가져오는 높은 온도와 높은 습도 모두 이 ‘밀도’에 영향을 끼친다.

대기밀도는 공이 대기를 뚫고 지나가는 데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있느냐로 해석할 수 있다. 밀도가 높을수록 공의 비거리를 떨어뜨리는 장애물이 많아진다. 이 장애물들을 밀어내는 데 공의 에너지가 소비되면 비거리는 준다.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가 팽창해 같은 부피에 더 적은 입자가 머물러 공기밀도가 낮아진다. 미국 일리노이대 앨런 너선 물리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화씨 10도의 온도차(섭씨 약 5.5도 차)는 3피트(약 91.4cm) 이상의 비거리 차이를 낸다. 좀 더 극단적으로 비교한다면 4월의 플라이볼은 7월의 홈런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4월 117.7m였던 국내 프로야구 평균 홈런 비거리가 7월에는 평균 119.7m로 늘었다.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는 뜬공에 탄식해 본 타자에게는 엄청난 차이로 느껴질 만하다.

공기가 습해지는 것도 밀도를 바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증기(H₂O)는 대기의 주된 구성성분인 질소(N₂)나 산소(O₂)보다 가볍다. 공기가 수증기를 더 머금을수록 같은 부피에 해당하는 무게가 줄어들어 공기 밀도는 낮아진다.

더 덥고 더 습해지는 한국의 ‘동남아형 기후변화’는 홈런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임보미 bom@donga.com·김배중 기자
#프로야구#홈런#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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