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폭염과 프로야구…온열 질환의 이해와 대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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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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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 시작이 가까워지는 늦은 오후에도 그라운드나 덕아웃의 실제 온도는 섭씨 5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뜨겁고, 탈수나 어지럼증, 구토 등의 온열 질환 증상으로 선수들의 교체가 속출하고 있다. 7월 31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를 정식으로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프로축구와 같이 경기 시작 시간의 조정도 거론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타자와 주자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투구 동작으로 체력 소모가 큰 투수, 두터운 보호 장비를 겹겹이 두르고 투수만큼 많은 공을 던지는 포수, 경기장의 열기와 폭염에 이중으로 노출된 관중들 모두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온열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더위와 같은 뜨거운 환경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응급 질환인 온열 질환은 열탈진(heat exhaustion), 열경련(heat cramp), 열사병(heat stroke) 등으로 구분된다. 온열 질환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열탈진은 흔히 일사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더위로 올라간 체온을 낮추기 위해 체온조절 중추가 작동하여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액 속의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서 탈진 상태가 되지만 체온은 40도를 넘지 않는다. 피로감이나 두통, 구역, 어지럼증이 있고 피부는 흘린 땀으로 인해 축축하다. 일시적인 실신이 있을 수 있으나 중추신경계의 이상은 없으므로 의식이 바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27일과 28일 경기 도중 어지럼증으로 교체된 한화 이글스 호잉, LG 트윈스 박용택,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 선수가 열탈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전해질 불균형이나 흘린 땀을 보충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혈액 속의 염분 농도가 묽어지므로 팔다리나 복부근육의 근육통이나 경련이 일어나는데 이를 열경련이라고 부른다. 열경련은 주로 경기 후에 발생하며 경기 도중에 발생하는 햄스트링과 근육 손상이나 일반적으로 쥐가 났다고 표현하는 근육 경련과는 구분된다. 이러한 열탈진이나 열경련은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므로 충분한 전해질과 수분을 공급하거나 시원한 곳에서 안정과 휴식을 취하면 회복된다.

이에 반해 열사병은 뇌경색이나 뇌출혈에 버금가는 초응급 상황이다. 열사병은 고온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의 기능이 마비됨으로써 발생하는데,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고 열탈진 때 보이는 증상과 함께 의식 소실이 일어난다. 체온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땀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피부도 건조하다. 응급 처치가 늦어지면 간이나 콩팥과 같은 주요 장기에 2차적인 손상이 일어나 생명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 열사병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치료하기는 어려우므로 응급의료기관으로의 즉각적인 이송이 필요하며 이동하기까지는 옷을 벗기고 얼음 마사지나 찬물로 몸을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의식이 없으면 기도가 막힐 수 있으므로 함부로 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 안정적으로 기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사병의 치사율이 50%에 육박하고 비록 노인과 어린이층에서 위험하다고 하지만 이례적인 폭염 속에서 연일 이어지는 경기와 원정 경기를 위해 새벽시간까지 버스로 이동하며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젊고 건강한 프로야구 선수라고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질병관리 본부의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온열 질환 환자의 50% 이상이 8월 초중순에 집중돼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가 온열 질환 발생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프로야구 사상 폭염으로 1군 경기가 취소된 적도 없고 경기 중 열사병으로 진단된 선수도 없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만으로 버티기에는 이번 무더위의 수준이 너무 맹렬하고 위험하다. 큰 일이 나기 전에 이번 기회에 폭염과 관련된 대비책과 의무 지원 매뉴얼을 한번 더 점검해 보고 연습해 보는 것이 절실하다.

KBO 의무협의회 총무이사 조형래(좋은삼선병원 정형외과)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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