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가 2017년 신인왕을 차지하기 전까지 KBO리그는 심각한 신인 기근에 허덕이고 있었다. 2007년 두산 임태훈 이후 2016년까지 입단 첫해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입단 첫해부터 팀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는 것은 분명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갓 프로에 입단한 신인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만큼 신선한 요소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2017년 이정후의 활약이 더욱 돋보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정후에게 ‘2년차 징크스’는 다른 세상 얘기다. 올 시즌 두 차례 부상 탓에 45일간 1군에서 이탈했지만, 어떤 흔들림도 없다. 한 해설위원은 “프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가 좋은 흐름에서 부상을 당하면 복귀 후 부진에 빠질 확률이 크다. 그러나 이정후는 오히려 더 잘한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이정후는 29일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7월 19일부터 6일까지 15게임에서 타율 0.387(62타수24안타), 10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후반기 들어 극심한 부진을 겪던 넥센이 최근 3연승의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이정후가 리드오프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 덕분이다. 올해 신인 2차지명회의 전체 1순위로 KT 위즈에 지명된 신인 강백호(19)를 두고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를 하는데, 좀처럼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이정후의 모습에선 베테랑의 느낌마저 들 정도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이정후의 활약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이정후는) 타고난 것 같다”는 말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KBO리그에서 중심타자로 평가받는 선수들을 보면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실투를 놓치지 않는데 이정후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실투를 어떻게든 공략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낸다. 장 감독은 “본인만의 타격밸런스를 잃지 않고 존과 타이밍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실투를 놓치지 않고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해결능력이 뛰어나고, 멘탈도 강하다”고 칭찬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59명의 타자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헛스윙 비율(3.5%)이 이를 설명한다.
장 감독은 이정후에게 “당장 즐기고 싶겠지만, 3년간만 참고 네 것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3년간 꾸준한 성적을 내면 평균치가 만들어진다는 야구계의 속설처럼, 3년간 흔들리지 말고 ‘이정후의 가치’를 만들 것을 요구한 것이다. 2017시즌 0.324(552타수179안타)의 타율을 기록한 이정후의 올 시즌 타율은 0.343(306타수105안타)이다. 2년 연속 100안타도 이미 달성했다. 한마디로 2019시즌에도 지금과 비슷한 성적을 유지하면 그게 이정후의 가치라는 뜻이다. 그 가치는 기복 없는 꾸준한 활약과 타고난 타격 정확성이다. 게다가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과 수비까지 한층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큰 별로 성장하기 위해 ‘슈퍼스타 로드’를 걷고 있는 이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