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팀이나 ‘베테랑’의 존재는 필요하다. 십수 년간 프로에서 쌓아올린 경험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만으로 메울 수 없다. 하지만 노장의 비중이 높은 팀은 미래를 구상하기 쉽지 않다. 베테랑의 힘으로 성적을 내면서도 적절한 세대교체 작업이 필수인 이유다. 베테랑의 기준을 1982년생(35세) 이상으로 설정해 10개 구단의 세대교체 현주소를 살펴봤다.
● 야수·투수 모두 최다…‘노쇠한 거인’ 롯데
6일까지 베테랑 선수를 가장 많이 기용한 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올 시즌 베테랑 타자에게 1180타석을 할애했다. 전체 타석의 28.6%가 베테랑 차지였던 셈이다. 이대호(429타석)를 중심으로 채태인(303타석), 문규현(235타석), 이병규(213타석)가 고루 분포했다. 투수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롯데의 35세 이상 투수들은 168이닝을 던졌다. 전체의 18.3%. 선발투수 송승준(53이닝)과 ‘클로저’ 손승락(37.1이닝), 좌완 계투 이명우(37.1이닝) 등 투수진의 중추 역할이 모두 베테랑이다.
베테랑의 기용 빈도가 높은 만큼 당장의 성적 압박은 당연하다. 하지만 롯데는 8위에 처져있다. 5위 넥센 히어로즈와 4경기차로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간신히 5강에 든다고 해서 올 시즌 롯데를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현재와 미래 모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롯데다.
● ‘화수분’ 두산의 힘, ‘투타 엇갈리는’ LG
35세 이상 야수를 가장 적게 기용한 팀은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올 시즌 이들에게 단 한 타석도 할애하지 않았다. 최저 2위 SK 와이번스가 베테랑들을 242타석에 기용했으니 차이가 크다. 노장이 없어도 타선 전체가 펄펄 날고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 두산은 올 시즌 팀 타율 0.309(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가 세운 단일 시즌 팀 타율 1위(0.302)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투수진도 상황은 비슷하다. 두산은 베테랑 투수에게 61.1이닝을 맡겼다. 리그 5위 수준으로 1위 롯데와는 100이닝 이상 차이난다. ‘화수분 야구’의 위엄이다.
두산의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는 투타의 희비가 엇갈린다. LG는 베테랑 투수에게 단 30이닝(리그 9위)만 맡겼다. 하지만 야수들은 567타석(리그 5위)에 들어섰다. 박용택(468타석), 정상호(99타석)에게 베테랑의 힘을 기대하며 기회를 줬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NC 다이노스는 35세 이상 투수를 단 한 차례도 등판시키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하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5.36으로 리그 9위에 불과하다. 아직은 세대교체 작업이 뿌리내리지 않았다. 수년 전부터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몰두한 넥센은 그 효과를 보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베테랑 타자에게 306타석, 투수에게 34.2이닝을 투자했다. 그 34.2이닝은 ‘대체 외국인’ 에릭 해커의 몫이다. 만일 해커가 아니었다면 NC와 마찬가지로 베테랑 투수의 1군 등판은 없었을 것이다. 과감한 세대교체의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