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급 선발투수에게는 긴 이닝을 적은 실점으로 버텨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다했다고 승리투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9이닝 1실점 호투에도 득점지원 불발로 패전투수가 될 수 있고, 8이닝 무실점 후 불펜의 방화로 승리요건을 날리기도 한다. 대개 선발투수들이 “개인의 승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득점지원과 불펜 방화로 살펴본 올 시즌 선발투수 불운의 아이콘은 누구일까.
KBO리그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6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26명의 투수 중 득점지원 최하위는 NC 다이노스 이재학이다. 그가 마운드에 있을 때 NC 타선은 단 2.41점을 지원했다.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한다면 패전투수가 되는 셈이다. 득점지원 1위 LG 트윈스 임찬규(4.62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LG 타선은 외인 에이스 브라이언 윌슨(4.52점)에게도 화끈한 득점을 안겨준다. 하지만 LG 불펜은 타선과 달리 윌슨에게 차갑다. LG 불펜이 윌슨의 승리 요건을 날린 것은 무려 7차례다. 윌슨은 올 시즌 8승을 기록 중인데, 불펜이 그의 승리를 모두 지켰다면 15승으로 세스 후랭코프(두산 베어스)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을 것이다.
저조한 득점 지원에 눈물 흘린 이재학은 불펜 방화에도 한숨이 짙다. NC 불펜은 올 시즌 이재학의 승리 요건을 다섯 차례 날렸다. 득점 지원이 저조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승리 요건을 채워도 불펜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이재학은 올 시즌 22경기에서 119.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06을 마크했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9위, 토종 3위지만 4승9패에 불과하다. 팀 동료 구창모(10패)에 이어 최다패 2위다. 평균자책점 10걸에 오르고도 시즌 10승 고지 등정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모로 2018년 불운의 아이콘이 된 이재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