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팀이 2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결단식에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 모습을 담은 액자 앞에 섰다. 이날 대한철인3종협회는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로 액자를 전달했다. 앞줄 왼쪽부터 허민호 김지환 이지홍 장윤정 정혜림 박예진. 대한철인3종협회 제공
철인3종 경기. 이름에서 오는 괜한 무시무시함(?)에 겁먹었다면 긴장을 풀어도 된다. 국가대표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역시 “덩치가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마르셨네요”다. 대표팀 주장 허민호(28)는 “수영만 배우시면 돼요. 사실 말이 철인이지 하는 건 다 3대 유산소 운동인데. 이름을 조금 잘못 지은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흔히 ‘철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도 앳된 얼굴의 정혜림(19)은 4년 전 인천 아시아경기 때는 중학생 신분으로 혼성 릴레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언니, 오빠들과 은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기’만큼은 서로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허민호는 “다들 마인드는 확실히 좀 다른 것 같아요. 정신력이 안 좋으면 이 운동은 할 수가 없으니까…”라고 말한다. 종목 이름부터가 워낙 악명 높기에 주변 친구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도 ‘안 힘드냐?’다. 남자부 막내 이지홍(26)은 ‘힘든데 왜 하느냐’고 묻는 친구들의 우문에 “사는데 안 힘든 게 어디 있겠냐”는 현답을 내놓기도 한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 장거리 경주로 흔히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지구력을 요한다는 뜻에서 철인3종경기라 불린다.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연달아 하는 ‘아이언 맨 코스’는 말 그대로 철인과도 같은 체력을 필요로 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 개인전에서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연달아 한다. 남녀 2명씩 4명이 나서는 혼성 계주에서는 1인당 수영 300m, 사이클 6.3km, 달리기 2.1km를 쉬지 않고 한다. 한 종목을 마쳐도 안도할 틈이 있는 건 아니다. 그 찰나에 승부가 뒤집어지기도 한다. 특히 레이스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릴레이에서 선수들은 개별 종목만큼이나 전환(종목과 종목 사이) 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오후 9시 잠들기 전까지 스케줄이 오로지 훈련으로 짜인 하루하루는 물론이고 장거리 레이스 매 순간순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괴력’이 아닌 ‘버티기’다. 꾸준한 체중관리가 필수인 지구력 종목인 만큼 선수촌의 진수성찬도 맘껏 즐길 수는 없다. 그런 고통을 견디게 해주는 힘은 ‘뿌듯함’이다. 김지환(28)은 “계속 힘들게 경기 하나하나를 준비하는데 결과가 잘 나왔을 때는 그 과정들이 정말 뿌듯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이런 ‘강철 멘털’이 무너져 내릴 때는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다. 허민호는 “저와 (김)지환이는 경기를 같이 망치면 한 번씩 ‘은퇴해야 하냐’며 농담을 하기도 해요. 그래도 하루 이틀 지나면 또 ‘열심히 해야지’ 하죠”라고 말했다. 가슴에 단 태극마크는 늘 독기를 충만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저마다 아쉬움을 가지고 나서는 선수들의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메달이다. 특히 정혜림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성인’ 자격으로 개인전에 나서게 됐다(규정상 미성년자는 단체전만 뛸 수 있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때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던 장윤정(30)에게는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8년 만에 딴 아시아경기 티켓이다. 허민호는 “그동안 일본이 저희를 아래로 봤는데 이제는 일본이 긴장할 수 있을 때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개인전도 중요하지만 단체에서 꼭 이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시아경기 트라이애슬론
개인전: 수영 1.5km→사이클 40km→달리기 10km 혼성계주: 수영 300m→사이클 6.3km→달리기 2.1km / 여자-남자-여자-남자 순서 / 한 선수가 세 종목을 모두 마친 뒤 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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