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32·롯데 자이언츠)가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 대기록을 눈앞에서 놓쳤다. 아쉬움은 팀 승리로 어느 정도 보상받았다. 어느새 6연패 수렁까지 떨어진 LG 트윈스에게 전준우는 저승사자였다.
롯데는 7일 울산 LG전을 4-3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김원중은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거뒀으며, 9회 등판한 ‘클로저’ 손승락은 1이닝 무실점으로 개인 250세이브째를 올렸다. 손승락은 오승환, 임창용에 이어 KBO리그 역대 3번째로 250세이브 고지에 올라섰다.
타선의 선봉장은 전준우였다. 1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그는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LG 격파에 앞장섰다. 전준우는 1회 첫 타석에서 3루타를 때려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1타점 적시 2루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솔로포를 때려냈다. 히트 포 더 사이클 달성에서 가장 어려운 3루타와 홈런을 일찌감치 때려낸 것이다. 단타 하나만 더한다면 KBO리그 역대 26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 대기록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롯데 소속으로는 1987년 정구선, 1996년 김응국 이후 세 번째이자 22년만의 진기록이 눈앞이었다.
전준우에게 남은 기회는 많지 않았다. 전준우는 7회 선두타자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진해수의 6구를 잘 받아쳤지만 타구는 중견수 정면이었다. 이후 전준우에게 타석이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단타가 모자라 대기록을 놓쳤다.
대기록을 쓰지는 못했지만 LG의 두려움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전준우는 올 시즌 LG 상대로 타율 0.431을 기록 중이다. KT 상대 타율(0.512) 다음으로 높다. LG에게 전준우는 어느 타자보다 무시무시한 상대다.
LG로서는 ‘대기록의 희생양’이 될 뻔한 위기를 피했다고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새 6연패다. 후반기 승률은 0.278(5승13패)에 불과하다. 시즌 중반까지 2위 싸움을 펼쳤지만 급격한 하락세가 시작되며 3위와의 격차도 한참 벌어졌다. 어느새 4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DTD(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악령이 조금씩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실망한 팬들이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것도 당연하다.
LG로서는 2011년의 악몽이 겹쳐 보일 수밖에 없다. 전반기를 4위(41승41패)로 마치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키웠지만, 후반기 18승2무31패(승률 0.367)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기 성적은 당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나빴고, 최종 순위도 한화와 공동 6위(59승2무72패)에 그쳤다.
LG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8경기를 남겨뒀다. 분위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니 3주의 휴식기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 8경기에서 얼마나 떨어질지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2011년의 악몽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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