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대기록을 세운 뒤 귀국한 김세영이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 앞에서 손가락으로 숫자 ‘31’을 만들어 보였다. 김세영은 지난달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역대 LPGA투어 72홀 최소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인 31언더파 257타로 우승하며 골프 역사를 다시 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31언더파 신기록을 기념하기 위해 31을 추가한 김세영의 새로운 사인.
김세영(25·미래에셋)의 사인에는 얼마 전부터 숫자 ‘31’이 추가됐다. 2011년 프로 데뷔 이후 줄곧 써 오던 사인을 바꾼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72홀 역대 최소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 수립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그는 31언더파 25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뒤 해외 투어에 전념하다 지난 주말 귀국한 김세영은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록을 향한 도전은 필드에서 큰 동기부여가 된다. 앞으로 58타를 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세운 LPGA투어 18홀 최소타 기록인 59타마저 깨뜨리겠다는 당찬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18홀 최소타는 짐 퓨릭이 2016년에 작성한 58타. 김세영은 올해 LPGA투어 HSBC챔피언십 4라운드를 비롯해 몇차례 기록한 62타가 자신의 18홀 베스트 스코어다.
신기록 달성 후 그는 각국 선수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유명세까지 치르기도 했다. “태국 선수(티다파 수완나뿌라)와 그 캐디가 찾아와 멘털 관리에 대한 비결을 묻더라고요. 그러더니 그 선수가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까지 했어요.”
그는 처음으로 미국 골프채널과 생방송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LPGA투어에선 그가 기록 작성 때 사용한 장갑과 공을 기념관에 영구 보관하기로 했다.
마지막 날 늘 입는 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유명한 김세영은 경기 막판 결정적인 홀인원이나 이글로 극적인 뒤집기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역전의 여왕’이다. 한번 달아오르면 좀처럼 식지 않는 몰아치기의 달인이다.
이런 면모에 대해 김세영은 “신기록을 세울 때는 매 홀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을 가지려 했다. 전에는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냉정하게 돌아가는 요령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2년 전부터 그는 양궁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는 김영숙 스포츠심리학 박사로부터 멘털 트레이닝을 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양궁과 골프는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한 발을 다투듯 한 샷이 중요하잖아요. 지나간 건 잊고,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게 됐어요.”
김세영은 이번 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연이어 20위 밖에 밀려나 큰 실망에 빠졌다. “멘털과 관련된 동영상을 수십 편 봤는데 결론은 똑같더라고요. 안 되는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잘하는 것만 생각하자. 긍정의 힘을 믿었죠.”
13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김세영의 남은 시즌 목표는 2승 추가다. 특히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다음 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무대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그 갈증을 푼 뒤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챔피언십 우승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삼았다. “제 기록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깨겠죠. 하지만 또 새 기록을 세우려고 노력하다 보면 우승도 따라 오지 않을까요. 더 핫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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