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최충연(21)의 거침없는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삼성 팬들 뿐 아니라 팀 선배들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3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11일까지 리그 공동 4위에 해당하는 15홀드 기록은 삼성 필승조로서 지닌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더불어 한 시즌 최다인 55경기에 출전하면서도 평균 자책점은 4.41로 예년과 비교해 크게 줄였다. 팀 기여도와 개인의 성장이 발맞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다. “선발 투수와 내 뒤에 나오는 형들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이라며 자세를 낮추지만, 삼성이 승리로 가는 길에는 늘 최충연이 서 있다.
필승조를 이루는 선배들에 대한 굳은 믿음이 최충연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연결만 잘하면 형들은 확실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필승조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심)창민이 형은 삼성의 왕조 시절부터 마운드를 책임졌고, (우)규민이 형은 말할 것도 없다. (장)필준 형도 마찬가지다”라며 “형들 사이에서 필승조 역할을 하기엔 내가 아직 조금 부족하다. 형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입단 첫해인 2016년엔 선발로 세 경기에 나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2017년 역시 선발로 출발했지만, 승수 없이 불펜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42경기 평균 자책점 7.61에 3승8패 3홀드로 시즌을 마쳤다. 그는 “지난해 선발을 하다 실패해 중간으로 갔기 때문에 심적으로 스스로를 붙잡지 못했다. 방황을 많이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구원 투수로 시즌을 출발했고, 맡은 역할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는 “확실한 역할이 정해지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덕분에 작년보다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삼성 최충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그러나 투수라면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선발직’을 향한 열망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최충연은 “당장은 팀에서 맡은 역할이 있다. 필승조 역할에만 마음을 쏟고 있다”면서도 “야구를 하면서 늘 선발 투수를 꿈꿨다. 올해가 끝난 뒤 기회가 있다면 다시 선발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롤 모델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며 재차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마운드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최충연에겐 듬직한 지원군을 자처하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있다. 한 번은 강민호가 “루틴을 만들어서 반드시 레전드가 되라”는 애정 어린 응원을 전하기도 했단다. 최충연은 “흔들릴 때 지킬 수 있는 루틴이 아직 없다. 좋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라는 형의 메시지였다”고 해석하며 “마운드 위에서 조금이라도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바로 이야기를 해주고, 곧바로 방향을 바꿔 다른 길로 가게 만들어 준다. 정말 든든하다”고 선배의 충고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충연은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있다. 그에겐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될 무대다. 최근 소속팀에서의 활약 덕분에 자신감도 한결 커졌다. 그는 “시즌 중반 많이 흔들렸다. 특히 대표팀에 뽑힌 직후 ‘이렇게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졌다”며 “오치아이 코치님의 조언에 따라 힘을 빼고 던지다 보니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후반기 페이스가 올라와 괜찮다”고 웃었다.
최충연은 후반기에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7홀드를 챙겼다. 최충연의 이유 있는 자신감은 삼성에게도, 한국 야구에도 귀중한 성장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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