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축구의 최대 화두는 국가대표팀 신임 사령탑 선임이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김판곤(49) 위원장은 지난달에 이어 최근 두 번째 유럽 출장을 떠나 후보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축구협회의 ‘비밀접촉’ 의지와 달리 외신들과 유럽 에이전시를 통해 이미 수많은 이름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그럼에도 상황은 불투명하다.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전 이란 감독은 잔류가 유력하며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 전 멕시코 감독은 모국 콜롬비아의 지휘봉을 열망한다. 여의치 않자 협회는 플랜B에 돌입했다. 지난 주말 김 위원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접촉한 슬라벤 빌리치(50) 전 크로아티아 감독이 우선접촉대상은 아니었단 점에서 매끄럽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주요 후보들과의 협상 핵심은 처우다. 그 중 계약기간, 연봉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협회가 정한 계약기간은 3년 4개월+1년으로 전해졌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15일 “신임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감안해 4년 반 동안 대표팀을 이끌 것”이라고 귀띔했다.
2022카타르월드컵 본선이 2022년 11월 21일부터 12월 18일(현지시간) 진행된다는 점에서 긴 계약기간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주요 A매치 시리즈와 아시아 지역예선 등을 통해 수시로 중간평가가 이뤄진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선임소위원회·테크니컬스터디그룹·정보전략·스포츠과학·스카우트)가 대표팀을 면밀히 체크하고 분석한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감독을 존중하지 않는 역사다. 협회는 협회대로, 여론은 여론대로 기다려주지 않았다. 축구인들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했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여론은 과한 조소, 비난을 일삼았다. 주요 감독의 평균재임기간이 1년여에 불과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대표팀 재임 기간에 2018러시아월드컵을 책임진 신태용(48) 전 감독까지 5명의 한국 사령탑을 지켜봤다.
이렇듯 외부의 시선에서 한국은 매력적이지 않다. 많은 돈을 보장해도 동아시아 대표팀 지휘봉은 결코 ‘커리어 하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몇몇 감독은 그저 후보군에 포함됐단 이유로 조롱을 받는다. “누굴 뽑더라도 비난이 난무할 것이다. 모두의 따스한 환영을 받는 감독이 언제 있었는지 기억에도 없다”는 한 원로 축구인의 뼈있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