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에 콤바인 한국대표로 나서는 ‘암벽 여제’ 김자인.
그는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아시아경기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붓겠다.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동아일보DB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을 동안 ‘암벽 여제’로 이름을 날리며 묵묵히 위만 보고 매달린 김자인(30).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든 그 앞에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에 콤바인 한국 대표선수로 출전한다. 리드, 볼더링, 스피드 3종목으로 구성된 콤바인은 출전 선수 중 6명이 결선에 진출해 3종목의 순위를 합산해 메달 색깔을 가린다.
그동안 인간 한계를 숱하게 넘나들었던 그에게도 이번 대회는 그동안 겪어본 적이 없는 또 다른 영역이다. 김자인은 “아시아경기를 준비하면서 난관이 많았다. 내 주 종목인 리드만 나가는 게 아니다 보니 변수가 많다. 특히 스피드는 한 번만 실수해도 기록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손끝에 의지해 암벽을 오르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손가락뼈가 튀어나온 김자인. 동아일보DB2009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김자인은 지난 10년간 리드와 볼더링 종목에서 세계 정상으로 군림했다. 월드컵 최다 우승(26회), 아시아선수권 11연패 역사를 썼다. 문제는 스피드다. 김자인은 스피드 훈련을 올해 1월 처음 시작했다. 리드·볼더링과 스피드는 ‘암벽을 오른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른 종목이다. 경기 직전까지 루트가 공개되지 않아 문제 해결력을 요하는 리드·볼더링과 정해진 루트를 얼마나 빠르게 올라가는지를 겨루는 스피드는 육상의 마라톤과 100m 달리기만큼 다르다. 김자인은 스피드 도전에 대해 “부담이 됐다. 쓰는 근육 자체가 달라서 처음엔 많이 헤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라토너(?) 김자인은 스피드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5월 전국 스포츠클라이밍선수권 스피드 부문에서 12초23으로 9위에 머무른 김자인은 지난달 중국 전지훈련에서 10초37을 찍어 비공인 개인 최고 기록을 남겼다. 두 달 만에 2초 가까이 단축한 셈. 이번 아시아경기 콤바인 종목에 참가하는 여자 선수들의 기록은 9초대 후반에서 10초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각 종목의 순위를 곱하는 산정 방식을 고려할 때, 리드와 볼더링에서 높은 순위를 거두고 남은 기간 스피드를 최대한 보완한다면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
클라이밍 강국 일본의 노구치 아키요(29)와 노나카 미호(21) 등이 라이벌로 거론된다. 리드에서 김자인이 세계 정상을 다툰다면 볼더링에서는 이들이 랭킹 1, 2위를 다툰다. 스피드에서는 이들 역시 첫 도전으로 김자인과 같은 입장이다. 김자인은 일본 선수들에 대해 “체격 조건, 기술, 경험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평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 역시 이번 아시아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결과를 떠나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잘 지켜봐 주세요.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04년 아시아선수권 리드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하며 16세의 나이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김자인. 20대를 거쳐 30대에 접어든 그는 여전히 자신 앞에 놓인 커다란 벽에 뛰어오를 그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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