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49)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축구계 관계자는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이 유럽 출장에서 벤투 감독과 만나 (한국 감독직에 대한)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을 한다. 협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감독 선정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유럽에서 여러 명의 사령탑 후보들을 만났다. 일부 사령탑 후보는 국내 거주와 장기 계약 등에 부담을 느껴 협상에 실패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적극적으로 한국행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을 포함해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65·포르투갈)과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53·스페인), 슬라벤 빌리치 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50·크로아티아) 등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의 구체적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계약이 유력하다. 연봉도 역대 외국인 감독 중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 출신인 벤투 감독은 현역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강력한 태클과 왕성한 활동량이 장점인 선수였다. 그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35경기에 출전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당시 한국이 박지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포르투갈은 한국전 패배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 위원장은 새 사령탑의 조건으로 △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 △세계적 리그 우승 경험 등을 꼽았다. 벤투 감독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의 사령탑으로 포르투갈 리그 컵 대회와 FA컵 우승 등을 경험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포르투갈 국가대표 감독으로 활동하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등 세계적인 스타 선수를 지도했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포르투갈은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4강에 올랐다. 당시 벤투 감독은 전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블리처리포트는 “벤투 감독은 4-3-3 전형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과 빠른 역습에 강점을 보이는 감독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유로 2012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이 없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벤투 감독은 최근까지 충칭 당다이 리판(중국)을 지휘했지만 지난달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이 때문에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벤투 감독 선임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한 축구 해설위원은 “인지도가 높고 월드컵 무대에서의 역량이 검증된 사령탑을 선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벤투 감독이 팬들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대표팀의 발전을 이끌 자신의 축구 색깔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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