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금메달 따고도 환영 못 받는 일을 피하려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21일 05시 30분


팬들은 우리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기대치 때문에 선수선발 기준의 불투명성에 분노한다. 결과를 떠나 투명한 선수선발 원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대표팀이 지난 19일 잠실야구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팬들은 우리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기대치 때문에 선수선발 기준의 불투명성에 분노한다. 결과를 떠나 투명한 선수선발 원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대표팀이 지난 19일 잠실야구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이 18일 소집됐다.

26일에야 대만을 상대로 첫 경기를 치른다. 이 때문에 야구대표팀은 22일까지 국내에서 훈련한 뒤 23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할 예정이다.

야구대표팀을 이끄는 선동열 감독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첫 훈련을 진행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했다. 6월 대표팀 엔트리 발표 직후부터 줄기차게 논란을 야기해온 오지환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하이라이트였다.

선 감독은 “본인(오지환)도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금메달을 딴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 감독의 바람대로 ‘금메달을 딴다면’ 야구대표팀과 오지환을 향한 비난 여론은 과연 수그러들까. 이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라는, 일부 팬들의 성난 민심은 그대로인 듯하다. 아니 오히려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처럼 ‘야구대표팀의 금메달 획득과 병역면제를 원치 않는다’는 성토가 거세졌다.

선 감독의 말처럼, 또 세상사가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기억 자체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부상을 참고 뛰었다”던 한 야구선수에 대한 팬들의 감정은 여전히 싸늘하다. 아파서 제대로 못 뛸 것 같으면 빠졌어야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갔을 텐데, 그러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야구대표팀에 유독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는 데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짚고 넘어갈 대목은 선발 과정의 투명성과 원칙이 무엇이었는지, 또 그것이 명확하게 팬들에게 전해졌느냐다. 이는 엔트리 발표 이후 2개월이 지나도록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 직접적 이유다.

개인종목에선 치열한 선발전이 기본이다. 수십 년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양궁이 대표적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태극마크를 다시 달려면 또 한 번 좁은 문 앞에 서야 한다. 반면 대부분의 구기종목에선 선발전이 용의치 않아 소수의 관계자가 선발을 좌우한다. 잡음의 여지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지라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게 밝히는 것은 상식이다.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아시안게임 엔트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곧바로 “나는 학연, 지연, 의리 같은 건 없다”고 잘라 말하자 황의조를 둘러싼 의문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은 좋은 사례다.

‘상대적으로 후한 보상’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수차례의 아시안게임을 통해 팬들의 뇌리에는 야구의 금메달이 떼어 놓은 당상처럼 인식되고 있다. 기를 쓰고 달려들어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축구, 농구, 배구 등보다 금메달을 따기가 훨씬 쉬운 마당에 함량미달로 의심되는 일부 선수를 끼워 넣었다는 것이 현재 야구대표팀을 향한 비난의 주요 근거 중 하나다. ‘결과(금메달+병역면제)가 뻔해 보이는’ 터에 과정이 불투명하니 신뢰하거나 응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적어도 아시안게임에 대한 우리 야구계의 인식은 새롭게 정립됐으면 한다.

물론 금메달을 따면 기분 좋다. 그러나 병역면제가 우선이 아님을 야구계 스스로 선언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러려면 일본처럼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수준을 지금보다는 한 단계 낮춰 자체적으로 연령제한 또는 자격제한을 두거나 선발 기준을 미리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그래야 금메달을 따고도 환영받지 못하는 ‘웃픈’ 현실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상대는 열을 내지 않는데 우리만 용을 쓰는 모습에서도 이제는 탈피할 때가 됐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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