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리끼리 결승전… 구본길 세번째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03시 00분


亞경기 첫 사브르 3연패, 동료 오상욱에 15-14 진땀승
전희숙은 여자 플뢰레 2연패

승리의 기쁨보다는 후배를 향한 미안함이 더 컸을까.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은 남자 펜싱 사브르 최초로 아시아경기 3연패에 성공한 뒤 눈물을 쏟았다. 그는 “기쁘면서도 마음이 안 좋다. 후배가 메달을 땄더라면 훨씬 좋은 기회가 됐을 텐데. 단체전에서는 후배를 위해 개인전보다 더 혼신의 힘을 다해 금메달을 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20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사브르 남자 결승에서 대표팀 후배 오상욱(22·대전대)을 15-14로 꺾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구본길은 4년 전 인천에서는 동료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8년 전 광저우에서는 오은석을 준결승에서 누른 뒤 우승했다.

한국 선수끼리 맞붙으면서 이날 결승에서 한국 대표팀 코치는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보통 선수들의 포효 소리와 함성으로 시끄러운 펜싱장에도 정적만이 가득했다. 구본길 역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 대신 오상욱의 등을 토닥였다. 피스트를 내려와 축하 꽃다발을 받고도 구본길은 무대 위 조명 대신 경기장 구석에 자리를 잡아 상념에 젖었다. 혹시 상심에 빠졌을지 모를 후배 생각 때문이었다.

이날 결승은 오상욱에게는 군 면제가 걸려있었고 구본길에게는 최초의 기록이라는 명예가 걸려있는 승부였다. 경기 종반까지 12-12 접전을 벌인 구본길은 14-12로 앞서갔지만 오상욱이 14-14로 다시 추격했다. 이후 둘은 거의 동시에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마지막 15포인트를 채운 주인공은 구본길이었다.

예선부터 4전 전승으로 16강에 직행한 구본길은 16강에서 15-4, 8강 15-12 4강 15-4로 상대를 제압하며 결승까지 쾌속 질주했다.

첫날 ‘노골드’의 아쉬움을 남겼던 한국 펜싱은 둘째 날 강국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웠다. 남자 사브르 결승 직전 여자 플뢰레에서는 16강에서 남현희(37·성남시청)를 꺾었던 전희숙(34·서울시청)이 중국의 푸이팅을 8-3으로 물리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전희숙은 남현희(2006 도하, 2010 광저우)에 이어 아시아경기 대회 2연패(2014 인천, 2018 자카르타)의 업적을 이어가며 한국 여자 플뢰레의 4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했다.

적지 않은 나이의 전희숙과 남현희는 둘 모두 이번을 마지막 아시아경기로 생각했기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전희숙은 8강 진출 확정 후 “너무 빨리 만났다. 어쩔 수 없이 (남현희) 언니 몫까지 이 꽉 깨물고 해야 한다. 그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전희숙은 “경기 도중 플뢰레 동료들 응원 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 덕분에 끝까지 정신줄 안 놓고 잘 뛰었다. 단체전이 남았으니 꼭 현희 언니에게 아시아경기 최다 메달 기록을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펜싱#전희숙#구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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