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배영 50m에서 대한민국 배영 50m 역사상 첫 메달(25초17·동메달)을 목에 건 강지석(24·전주시청)의 눈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수영을 한 지 15년 만에 처음 국가대표가 돼 시상대에서 감격에 찬 나머지 눈시울을 붉혔던 그는 다시 한 번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경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 손바닥으로 치는 버릇이 있다는 그의 가슴은 이날 하도 때린 나머지 벌게져 있었다. 세계 정상급 기량인 중국, 일본 배영 선수들과 겨뤄 전날 한 차례 쓴잔(배영 100m 예선 탈락)을 들이켰던 그의 긴장감을 읽을 수 있던 대목. 그는 “국제대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 한번 불러보는 게 소원인데 다음엔 꼭 부르겠다”고 말한 뒤에야 ‘씨익’ 웃었다.
10세 때 몸이 호리호리하고 약해서 수영을 시작한 강지석은 이날 한국 수영계에서 진짜 ‘강자’로 우뚝 섰다. 엘리트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중학교 때까지 대표 선수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1등 한번 하지 못했다. 가녀린 체격이 수영선수로선 콤플렉스라 몸에 좋다는 온갖 보양식을 다 먹어봤지만 허사였다. 강지석은 “사춘기 때 왜 나를 이렇게 낳아줬나 부모님을 원망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도 키는 188cm로 장신이지만 몸무게는 70kg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체격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호리호리해서 체격 좋은 선수들보다 제가 물 저항을 덜 받잖아요. 저도 그걸 활용하는 수영을 할 줄 알게 됐죠. 이렇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죠. 하하.”
지난해 말 수영 선배 박선관(27·인천시청)의 소속 클럽으로 훈련장을 옮긴 것도 강지석에게는 호재였다. 이전 클럽에서 ‘왜 그걸 못해’ 소리를 들으며 위축돼 있던 강지석은 평소 롤모델로 삼았던 선배의 조언과 “할 수 있어”라는 격려를 받으며 하루하루 스스로의 한계를 깨나갔다. 강지석은 “오늘도 관중석에 응원하러 온 선관이 형이 가장 생각난다. 덕분에 목표의식도 커졌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강지석은 더 큰 무대를 언급했다. 그리고 한국 수영의 대들보로서의 든든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한 번 가슴에 단 태극마크를 절대 놓고 싶지 않아요. 내년 세계선수권, 2년 뒤 올림픽에서 더 높이 도약하고 싶습니다. 이번 대회에 태환이 형이 못 나왔지만 한국 수영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 선수들 잘 지켜봐 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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