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적응이 힘들어 기록이 예상보다 안 좋았는데…. 다른 선수들은 더 힘들었나 봐요(웃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수영에서 한국의 첫 메달을 안긴 이주호(23·아산시청)는 수줍게 메달 소감을 밝혔다. 중국과 일본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배영에서 이주호는 2006 도하 대회 성민(동메달) 이후 12년 만에 또 한번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왔다. ‘마린보이’ 박태환(29·인천시청)의 아시아경기 불참으로 울상 짓던 수영계도 대회 초반부터 새로운 스타의 등장에 활짝 웃었다.
이주호는 5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수영을 시작했다. 어린시절 천방지축이던 그가 수영만 하고 돌아오면 일찍 잠에 들어서(?)란다. 하지만 수영선수라기에 다소 둥글둥글한 체형임에도 대회만 나가면 메달권 성적을 거둬와 ‘수영천재’라 불렸을 정도다. 성인이 된 2015년에는 2016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 국가대표 마크를 달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고 스스로 첫 태극마크도 반납했다. 이주호는 “기량도 정체돼 당시엔 수영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런 이주호가 세 번째 태극마크를 단 지난해 9월 황혜경 국가대표 감독대행을 스승으로 만난 건 운명이었다. 이주호를 본 황 대행은 “타고난 어깨놀림이 좋다”며 트레이너인 남편에게 “몸부터 수영 선수처럼 만들어 달라”고 특별주문을 했다.
한 달 만에 역삼각형 몸매에 힘을 장착하고 돌아온 이주호는 이후 한국 배영 100, 200m에서 ‘신기록 제조기’가 됐다. 그해 11월 전국체전에서 100m 54초 33, 200m 1분 58초 53으로 한국기록을 세운 이주호는 올 4월 대표선발전 배영 100m, 200m에서 또 한번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을 새롭게 했다.
황 대행은 수영장 안팎에서 이주호의 ‘매니저’ 역할도 자청한다. 배영밖에 모르던 이주호에게 올해 동아수영대회 때 첫 자유형 출전을 권유한 이도 황 대행이다. 자유형 기록도 있어야 몸값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 이유에서다. 황 대행은 “수영과 집밖에 몰라 유독 정이 가던 선수인데 기대대로 잘 성장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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