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당한 일본 농구대표선수들의 성매매 파문 후유증 선수들의 해방구 선수촌,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리면 유혹에 쉽게 넘어가 많은 사람이 모이고 각 종목의 일정 달라 선수관리 통제도 어려워 선수 스스로 통제 못 하면 대책은 없어, 그 결과의 책임도 선수의 몫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일본선수단이 개막 직후부터 성(性) 스캔들로 시끄럽다. 남자농구선수 4명이 대표팀 공식 복장으로 17일 새벽 자카르타의 유흥가를 출입하다 발각됐다. 일본선수단은 4명의 선수자격을 박탈하고 즉시 귀국시켰다. 미쓰야 유코 일본농구협회장이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등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려고 노력중이다. ● 종합대회 때마다 반복되는 일탈행위
대형 스포츠 이벤트마다 나오는 선수단과 관계자의 일탈 뉴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스포츠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머리 속에서는 이런 종류의 스캔들이 데이터로 남아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는 미국수영선수들의 강도 자작극이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금메달리스트 라이언 록티 등 4명의 선수가 심야에 유흥가에서 놀고 온 것도 모자라 강도를 당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브라질 정부가 관련 선수들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희생해온 브라질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거짓말의 대가는 혹독했다. 전도양양했던 미국의 수영 영웅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10개월간 선수자격도 박탈됐다. 개인통산 12개의 올림픽 메달을 땄던 록티는 “그 사건 이후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순간의 일탈이 부른 대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방심하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혈기왕성한 선수들은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유분방한 외국의 선수들만 사고를 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우리 야구대표팀의 몇몇 선수들은 카지노 출입 파문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도박장에 간 혐의를 받던 선수들은 끝까지 부인했다. 그날 이후로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 전념한 덕분에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따면서 유야무야됐지만, 자칫 대표팀의 팀워크와 한국프로야구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었던 대형사고였다.
● 왜 종합대회에서 일탈행위가 많이 생길까
팬들은 종합대회에서 선수들의 일탈행동이 많이 생기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사실 종합대회가 아니더라도 선수들의 문제행동은 나온다. FIVB(국제배구연맹)가 주관하는 배구월드리그에 참가한 쿠바선수들이 핀란드에서 집단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던 것이 2년 전이다. 혈기 넘치고 공격성향이 강한 선수들은 경기의 승패와 힘든 훈련, 단체행동과 규율의 스트레스 속에서 산다. 이런 선수들은 풍선처럼 누르면 들어가기는 하지만, 어느 한도를 넘어서면 터진다.
선수들은 밖에 있는 시간이 많다. 젊고 잘생겼고 돈도 있다. 유명하다보니 주위의 유혹도 많다. 그래서 항상 위험한 경계선 주변을 맴돈다. 코칭스태프가 철저히 감시의 눈길을 두고 적당히 주의도 주면서 사생활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종합대회에선 이것이 쉽지 않다.
종합대회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머문다. 선수들의 해방구인 숙소는 엄청난 규모다. 이 숙소의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순간 선수가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낼 수단이 외부인에게는 없다. 선수들끼리 함께 모여 있다보니 감기처럼 주위환경에 쉽게 전염된다. 누군가의 꼬드김이 오면 잘 넘어간다. 혼자보다 집단이 되면 죄책감이 없어지고 더 용감해지는 것이 인간의 공통심리다.
종합대회는 수많은 종목의 대회가 동시에 열리다보니 종목마다 스케줄이 다르다. 어느 종목은 이미 대회를 마치고 마음 편히 놀고, 어느 종목은 시작도 못한 채 긴장하면서 대기해야 한다. 좋은 결과를 받아든 선수들은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는다. 성적이 나쁜 선수는 다른 것에서 위안을 찾고자 한다. 각국의 선수와 자원봉사자 등이 모여 사는 선수촌은 다양한 접촉이 가능하다. 더구나 국내도 아니고 해외라면 훨씬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리면 일탈이다.
제 아무리 선수관리가 철저하고 무서운 감독이라도 선수들의 밤 생활을 통제할 방법은 없다. 시드니올림픽 당시 야구대표팀 김응용 감독은 카지노 파문이 문제되자 “선수들이 밤에 감독 몰래 나가려고 마음먹으면 알아차릴 방법도 없다.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선수관리로 유명한 신치용 삼성화재 고문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몰래 술 먹으러 나갔던 선수 문제로 고민했다.
옆길로 새려는 선수가 하려고 마음먹으면 막지 못한다. 그렇다고 감독, 코치가 숙소 방문 앞에서 진을 치고 지키는 것은 모양이 우습다. 자칫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신뢰관계를 해칠 우려도 있다. 오래 전 어느 프로축구단의 수석코치는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사생활을 통제하려고 원정숙소의 방문을 열고 자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선수들이 반발했다. 그 팀은 중요한 경기에서 졌고, 코치는 시즌 뒤 옷을 벗었다. 몇 년 전 어느 프로야구단의 사장은 원정 숙소에서 선수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욕심에 CCTV를 동원했다가 법적인 문제를 만들었다.
결국 선수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대회기간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과 유니폼에 붙은 국기가 주는 무게를 생각하며 행동을 절제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교통사고처럼 방심하면 나오는 이런 종류의 일탈행위는 결국 본인의 책임이지만, 결과가 너무 뼈아프기에 자중자애를 당부한다. 이제 일본의 농구선수 4명에게는 평생 동안 자카르타 성매매 선수라는 딱지가 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