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日 배드민턴, 아시아 셔틀콕 판도 뒤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20시 17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48년 만에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 제공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48년 만에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 제공
박주봉 감독(54)이 이끄는 일본 배드민턴이 세계 최강 중국마저 무너뜨리고 아시아 정상에 섰다.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3단식 2복식) 결승. 일본은 대회 6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중국을 3-1로 꺾고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 이후 48년 만에 이 종목 정상에 섰다.

박주봉 감독은 “일본팀을 맡은 뒤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남은 개인전도 잘 마무리한 뒤 2년 뒤 도쿄올림픽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제1 단식을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한 일본은 제1 복식 승리로 승부의 균형을 맞춘 뒤 제2 단식에서 에이스 오쿠하라 노조미가 이겨 한발 앞서나간 데 이어 제2 복식마저 잡아 금메달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함께 남자 단체전에선 동메달을 땄다. 일본 배드민턴이 아시아경기 남녀 단체전에서 동반 메달을 수집한 것 역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이런 성과에는 14년째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주봉 감독의 지도력이 중심에 있다. 현역 시절 셔틀콕 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린 박 감독은 2004년 일본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한국식 합숙 훈련 시스템 도입, 종목별 전담 코치 보강, 체력 강화 등을 강조했다.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통역 없이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힌 그는 오키나와 백사장을 뛰게 하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유망주 발굴을 위해 일본 중고 대회까지 참관했다.

신(神)을 뜻하는 ‘카미 사마’라고 불리는 박 감독의 지도 아래 일본 셔틀콕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여자 복식 다카하시 아야카와 마쓰토모 미사키)을 차지했다. 올 5월에는 세계여자단체선수권(우버컵) 정상에 올랐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박 감독에게 대표팀 운영의 전권에 위임하고 주력 종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녀 대표팀이 모두 4강 진출에도 실패해 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 이후 40년 만에 동반 노메달에 머물렀다. 한국은 이용대 유연성 등 세계 랭킹 1위를 달리던 간판 스타들이 2016년 리우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떠나면서 젊은 선수들이 대거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아직 기량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대한배드민턴협회 한 관계자는 “2년 뒤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앞으로 주요 선수들이 큰 무대 경험을 쌓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48년 만에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 제공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48년 만에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 제공
1990년대 이후 세계 배드민턴를 지배하던 중국 역시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딴 뒤 세대교체를 단행해 이번 대회에 나섰다. 그래도 중국은 등록된 실업선수만 해도 10만 명이 넘는 풍부한 선수층을 앞세워 이번 대회 남녀 단체전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개최국 인도네시아 역시 전통적인 배드민턴 강국 답게 홈팬의 열성적인 응원 속에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오른 데 이어 개인전에서도 무더기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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