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역도 금메달 오강철, 눈물의 사모곡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21시 33분


“어서 빨리 이 금메달을 들고 어머니 묘소에 인사하러 가고 싶습니다.”

북한의 신예 역사(力士) 오강철(25)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

오강철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역도 남자 69kg급 결선에서 합계 336kg(인상 151kg, 용상 185kg)을 들어올리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북한은 이날까지 치러진 역도 5개 종목에서 벌써 3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시상식 후 기자들과 만난 오강철은 기쁜 표정을 짓는 가운데서로 끊임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유를 묻자 그는 “올해 5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조국의 명예를 빛낸 것과 함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경기는 한국의 원정식과 북한의 김명혁이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공교롭게 경기 중 쥐가 나면서 제 실력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은메달리스트 김명혁은 150kg을 신청한 인상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면서 실격했다. 인상 2차 시기에서 겨우 145kg를 들어올린 원정식 역시 용상에서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해 실격당했다. 원정식은 경기 후 “인상 1차 시기부터 양쪽 종아리에 쥐가 올라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기 중 종아리에 쥐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했던 원정식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아시아경기 3대회 연속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빈자리는 오강철의 차지였다. 오강철은 인상 2차 시기에서 151kg을 들어올린 뒤 용상 2차 시기에서도 185kg를 성공시켰다. 오강철은 “우리 선수들은 100번 싸우면 100번 승리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이런 훈련을 진행하면 모든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남북한 선수들이 맞대결을 벌인 이날 경기의 시상자로는 한국 유일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유승민 위원이 나섰다. 관중석에서는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을 비롯한 수십 명의 남북 관계자가 양쪽 선수들을 모두 응원했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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