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 출전한 대한민국 레슬링대표팀은 금메달 두 개를 수확했다. 애초 기대했던 종목은 남자 그레코로만형 67㎏급 류한수와 77㎏급 김현우(이상 30·삼성생명)였다. 류한수는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나머지 한 개의 금메달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97㎏급에서 나왔다. 레슬링 종목 마지막 날인 23일 조효철(32·부천시청)이 일을 냈다. 여기에 무제한급인 남자 130㎏ 이상급에서 김민석(25·평택시청)이 동메달을 추가했다. 침체기로 여겼던 한국 레슬링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결과라 그만큼 의미가 컸다.
조효철과 김민석은 중량급 선수다. 중량급은 기술과 멘탈(정신력)은 물론 피지컬이 차지하는 비중도 엄청나다. 이 부분에서 서양 선수들과 견줘 불리한 게 사실이다. 레슬링을 포함한 한국의 격투기 종목 선수들은 힘보다는 체력과 기술 위주의 경기를 하는데, 엄청난 근력을 앞세운 서양 선수들의 힘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조효철의 이번 대회 결승 상대였던 디샤오(중국)는 키가 187㎝로 조효철(177㎝)보다 무려 10㎝나 컸다. 김민석과 동메달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아파타페흐 마흐디자데(이란)의 키도 무려 195㎝다. 한국 선수들이 초반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도 피지컬의 차이였다. 그런데 서양 선수들은 이들보다 신체조건이 훨씬 더 좋다. 올림픽, 세계선수권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신체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의미다. 같은 격투기 종목인 유도에서도 유럽 국가들이 엄청난 파워를 뽐내며 기술과 디테일을 앞세운 일본유도를 따라잡고 있는 추세다.
최중량급의 강자로 떠오른 김민석에게 앞으로의 과제를 물었다. 한창 기량이 무르익을 나이인 그는 한국 레슬링 중량급의 자존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원이다. 김민석은 “도쿄올림픽과 그 이후 아시안게임 때는 더 좋은 모습으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감독, 코치님들께서 ‘중량급이라고 안 될 것은 없다’고 힘을 실어주신다”고 운을 뗐다. 덧붙여 “아직 힘이 많이 약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악바리 기질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중량급 선수의 약점인 스피드를 보완해야 한다. 그 부분을 향상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던 김민석의 목소리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동메달 한 개(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김현우)만을 따내는데 그치며 아쉬움을 남긴 한국 레슬링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그 기반을 다진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