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챌린저스, 지원 약속했던 시(市) 외면 딛고 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25일 05시 30분


파주 챌린저스 양승호 감독. 스포츠동아DB
파주 챌린저스 양승호 감독. 스포츠동아DB
약속한 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파주 챌린저스가 보여준 기적이다.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이끄는 파주 챌린저스가 21일 구의야구장에서 열린 ‘2018 한국독립야구연맹(KIBA) 드림리그’ 서울저니맨 외인구단과의 원정경기에서 6-4로 승리했다. 시즌 15승(2무3패), 승률 0.833. 아직 4경기를 남겨뒀지만 2위 연천 미라클과의 승차는 5경기로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정식 창단 2년차이자 독립리그 참가 첫 해에 일궈낸 쾌거다.

24일 연락이 닿은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만든 결과다. 내 역할은 없다. 독립리그의 특성상 이탈하기 쉬운데, 일년 내내 따라와준 선수들이 고맙다”며 공을 돌렸다.

독립야구단은 프로의 꿈을 꾸지만 좌절을 맛본 이들이 마지막 희망을 붙들고 훈련하는 ‘벼랑’이다. 꾸준히 선수들을 프로에 배출한다면, 이를 믿고 독립야구단에 가입하는 선수가 늘어나는 순환구조가 이상적이다. 파주 챌린저스는 지난해 투수 현도훈과 김호준을 두산 베어스에 입단시켰다. 현도훈은 올 시즌 1군 경기에 선발등판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도 투수 2~3명이 잠재력을 보였고, 프로 구단에서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에는 양승호 감독의 노력이 숨어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의 영상을 촬영해 프로팀 스카우트들에게 이를 직접 전한다. 파주시까지 방문하기 쉽지 않은 스카우트들에게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어필하려는 노력이다.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양승호 감독은 2016년 말, 파주 챌린저스의 창단 초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양 감독이 내건 조건은 ‘선수들에게 회비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연고지인 경기도 파주시의 지원은 필수였고, 시에서도 이를 약속했다. 양 감독은 이를 위해 본인의 급여도 마다했다. 재능기부 형식의 감독 부임이었다.

하지만 창단 3년차, 파주시는 아직 약속한 지원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 양 감독은 “시의회에서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유니폼 스폰십이나 배팅 기계 협찬 등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지원이 많지만, 태부족한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실적으로 독립구단에 뛰는 모든 선수가 프로에 입단하기란 불가능하다. 양승호 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양 감독은 선수로 입단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지도자의 길을 열어주려 한다. 실제로 파주 챌린저스 황정립(전 KIA 타이거즈) 코치는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 자격증을 따 배명중학교에 부임했다. 선수 뿐 아니라 지도자의 요람을 만들고 싶은 양 감독이다.

파주 챌린저스의 기적과 도전은 이제 막 첫 발을 뗐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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