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간 7골 ‘혈투’… 황의조 해트트릭, 4강을 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우즈베크와 8강전 극적 승리, 박항서의 베트남과 29일 준결승

‘난타전’ ‘혈투’란 수식어가 그대로 어울리는 경기였다.

이틀, 사흘 간격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경기 일정과 무더위 속에 펼쳐진 120분간의 총력전이었다. 반칙만 양 팀 합계 42개가 쏟아지는 격렬한 경기에서 무려 7골이 터진 공방전 끝에 얻어낸 극적인 승리였다. 옐로카드만 9장이 나왔다.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나 곧 쓰러질 것만 같았던 연장 후반 12분. 한국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의외였다.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황희찬(잘츠부르크)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날린 슛은 골대 오른쪽으로 향했으나 골키퍼 손에 걸렸다. 그러나 워낙 강슛이었기에 구석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이 4-3으로 다시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황희찬은 심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의를 벗으며 자신의 유니폼을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간의 설움을 날리는 듯한 표현이었다.

한국이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리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축구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1월 중국 쿤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4로 크게 졌던 23세 이하 대표팀은 이 경기 승리로 짜릿한 설욕에 성공했다.

연장 후반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페널티박스 내에서 공을 발로 툭 띄워 수비수의 키를 넘겼다. 당황한 우즈베키스탄 수비수가 황의조를 손으로 잡아당겨 넘어뜨렸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황의조의 ‘원맨쇼’에 가까웠다. 무명이었던 황의조는 과거 성남 시절 김학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과의 사제 인연이 부각돼 ‘인맥 발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저런 얘기에 신경 쓰기보단 컨디션을 잘 관리해 많은 골을 기록하겠다”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8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대표팀은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린 황의조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전반전을 앞섰다. 황의조는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아 전반 5분 만에 측면에서 첫 골을 넣은 뒤 전반 35분 폭발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대표팀은 측면 수비와 압박이 실종되며 후반 8분 우즈베키스탄 에이스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12분 알리바예프의 슈팅이 수비수 황현수(FC서울)의 발에 맞고 굴절돼 골이 되면서 2-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었던 순간 손흥민과 황의조가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30분. 측면에서 상대가 헛발질한 볼을 빼앗은 손흥민은 골문으로 쇄도하던 황의조에게 패스했다. 황의조는 이를 오른발 슈팅으로 침착하게 연결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3-3으로 연장전에 돌입한 대표팀은 연장 전반 11분 알리바예프가 이승우(베로나)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에 섰다. 이후 황의조가 얻어낸 값진 페널티킥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표팀은 29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4강전을 치른다. 이날 베트남은 연장 접전 끝에 시리아를 1-0으로 꺾었다. 손흥민은 병역법상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만 28세’ 전에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 아시아경기에서는 금메달을 따야만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이날 황의조에게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하며 황금 콤비를 이룬 손흥민은 “황의조가 좋은 득점 리듬을 유지한 덕분에 우리가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선수들이 끝까지 하나로 뭉쳐 승리했다. 내가 계속 골을 터뜨려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 / 브카시=김배중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축구#황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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