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연장 후반 12분 황의조의 활약으로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이 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감각을 보이고 있던 황의조도, 대표팀의 주장인 슈퍼스타 손흥민도 아니었다.
손흥민이 킥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순간, 황희찬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형, 제가 페널티킥을 찰게요. 자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황희찬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보였다. 제가 황희찬을 좋아한다. 최근 황희찬이 힘든 경기를 치렀기에 자신감을 주기 위해 양보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황희찬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같은 방을 쓰기도 했다. 올림픽은 물론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같이 나가며 활약한 둘은 친분이 두텁다.
그러나 이날 황희찬에게 키커를 맡기는 것은 황희찬과 손흥민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황희찬은 최근 경기 실수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고 있었다. 황희찬은 경기에서 패한 뒤 상대 선수와의 인사를 생략해 매너가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또한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동작으로도 보이는 축구 기술을 펼치다가 실패하면서 국내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바레인과의 1차전(1득점) 이후 무득점에 시달리고 있었다.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실패할 경우 더 큰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황희찬을 믿었고, 황희찬은 페널티킥 성공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필요했다.
황희찬이 슈팅을 하는 순간 긴장 때문에 차마 볼 수 없어 등을 돌리고 있던 손흥민은 황희찬의 페널티킥이 성공해 그물을 흔들자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이날 후반에 황희찬이 교체 투입된 후 김학범 감독도 많은 비난에 시달렸다. 공교롭게도 황희찬이 투입된 후반 이후 한국의 조직력이 급격히 흔들리며 역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희찬은 결정적인 순간 골을 성공시키며 그동안의 많은 심리적 부담을 털어냈다. 여기에는 손흥민을 비롯해 그가 페널티킥을 차도록 믿고 맡겨준 동료들과 김 감독의 배려도 있었다. 황의조는 “황희찬이 이번 골로 자신감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더 좋은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적인 경기 후 눈물을 쏟은 건 선수가 아닌 김 감독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김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나 잘했다. 너무나 힘들게…”라고 말을 이어가다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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