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펜싱 사랑에 푹 빠진 최신원 회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30일 05시 30분


SK 최신원 회장. 사진제공|SK네트웍스
SK 최신원 회장. 사진제공|SK네트웍스
양궁하면 현대자동차를 떠올리듯, 펜싱하면 SK그룹이다. SK는 2003년부터 펜싱을 지원하며 협회장을 맡아왔다. 조정남 전 SK텔레콤 부회장(2003년)을 비롯해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2009년), 신헌철 전 SK에너지 대표(2015년) 등이 협회장을 거쳐 갔다. 최신원(66) SK네트웍스 회장이 수장에 오른 건 올 3월이다. “회장 한다고 해서 펜싱 칼 처음 만져봤다”는 그는 “기 싸움을 위해 소리 지르는 것을 알고부터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취임 때는 “펜싱의 위상을 높이는 데 소임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6개월이 흘렀다. 그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대기업 경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펜싱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낼만큼 열정적이다”이라는 게 대한펜싱협회 관계자의 귀띔이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길을 찾았다.

사무실에 앉아 지시하기보다는 발로 뛰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불만을 들으면 즉각 조치를 취했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스킨십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국내에서 열린 종별선수권을 비롯해 6월 아시아선수권(태국), 7월 세계선수권(중국) 등에 빠짐없이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는 첫 경기 하루 전날 현지에 도착해 펜싱 종목 일정이 끝날 때까지 선수들과 함께했다. 펜싱이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선수들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비록 4년 전보다 금메달 수(8개)는 줄었지만 2위 중국(금3·은6·동2)과 차이가 많이 나는 종합 1위(금6·은3·동6)로 아시아 최강의 저력을 과시했다. 국내 종목 중에서는 최다 메달이다.

지원에는 아낌이 없었다.

국제대회에 나간 선수단의 먹을거리가 부실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선수촌 음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걸 듣고는 선수촌 옆에 음식점을 따로 잡아 맘껏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선수들에게 자주 보양식을 사준다. 또 국가대표선수들의 국제펜싱연맹 월드컵 대회 출전을 위한 지원에도 아낌이 없다. 이 모든 게 펜싱인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라고 믿는다.

지원금과 포상금 규모도 키웠다.

SK는 2009년부터 협회 출연금 규모를 늘려 매년 15억 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는 더 많다. 최 회장이 취임한 올해는 20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메달 포상금도 올렸다. 지난 아시안게임까지 금메달의 경우 개인전 500만원, 단체전 1000만원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모두 두 배가 됐다. 협회 관계자는 “회장님은 베푸는 걸 좋아하신다”고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총대표, 세계공동모금회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 회원, 한국해비타트 더프리미어 골든해머 등 최 회장의 나누고 베푸는 명함을 보면 짐작이 간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방점을 찍은 것도 눈에 띈다.

최 회장은 평소 “새로운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망주 발굴과 원활한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이에 한국펜싱의 중장기 목표는 크게 2가지인데, 국가대표팀 선발규정 교체와 선수 육성시스템 마련이다. 그동안 ‘비전 2020’을 운영하며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펜싱은 이제는 ‘비전 2028’로 변신 중이다. ‘한국펜싱 중장기 발전프로그램’(가칭)을 만드는 중인데, 9월 중에 그 비전이 공개된다. 최 회장의 철학이 오롯이 담긴 콘텐츠일 것이다.

한국펜싱은 잘되는 집안이다. 또 앞날도 밝다. 최 회장의 역할이 크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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