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野생野사]“선실점 막은 박병호 환상수비, 홈런 그 이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벼랑 끝까지 밀렸던 한국 야구가 난적 일본을 꺾고 결승행 청신호를 밝혔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5-1로 승리했다. 일본을 넉넉한 점수 차로 이긴 한국은 31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중국과의 2차전을 이기면 결승전에 나갈 수 있다.

김하성과 박병호(이상 넥센), 황재균(KT)이 각각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최원태(넥센)-이용찬(두산)-최충연(삼성)-함덕주(두산) 등 젊은 투수들은 예선 3경기에서 56득점을 올린 일본 타선을 1점으로 꽁꽁 묶었다. 현역 시절 ‘일본전의 사나이’로 불렸던 이승엽은 “일본전 승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결승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3회 김하성과 박병호의 홈런으로 공격의 물꼬가 트였다.

“홈런도 잘 쳤지만 2회말 1루수 박병호의 수비를 더 칭찬하고 싶다. 2사 2루에서 마쓰모토 모모타로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만약 이게 우익수 쪽으로 빠져나가 선취점을 허용했다면 정말 어려운 경기를 했을 것이다. 예선에서 대만에 1-2로 패한 우리는 이미 쫓기는 처지였다. 박병호의 결정적인 수비 하나로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오늘의 승부처는 어디였다고 보나.

“한국이 4-1로 앞선 5회초 1사 2, 3루 손아섭(롯데) 타석 때 양쪽 벤치가 모두 작전을 걸었다. 한국은 땅볼 시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어드는 작전을, 일본은 잡자마자 홈 송구를 계획했다. 손아섭이 공교롭게 유격수 앞 땅볼을 쳤는데 일본 수비진이 제풀에 흔들리며 우리가 소중한 추가점을 올릴 수 있었다. 곧 이은 5회말 수비 때 투수 이용찬이 1루 주자 아오야기 쇼를 견제로 잡아낸 것도 컸다. 여기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장단 14안타를 쳤지만 5점밖에 내지 못한 건 아쉬워 보인다.

“잔루가 13개나 됐으니 너무 많긴 하다. 하지만 중심타자인 박병호가 홈런 포함 3안타를 치며 살아났고, 포수 양의지도 적시타 등 2안타를 쳤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대만전 때 꽉 막혔던 타선이 조금씩이나마 풀려가고 있다.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다.”

―일본은 전원이 사회인야구 소속이지만 꽤 수준 높은 경기를 했다.

“확실히 프로 선수들에 비해서는 실력이 모자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일본 선수 특유의 기본기가 살아 있었다. 주자로 나가면 끊임없이 공을 주시했고, 수비에서도 프로 못지않은 견고함을 보였다. 준프로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회인야구의 특출한 선수들은 실제로 프로팀으로도 많이 간다.”

―한국은 31일 중국을 넘으면 결승전(9월 1일)에 진출한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결승 상대가 대만이 될 수도 있고 일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우승을 확신한다. 반복해서 하는 얘기지만 초반이 정말 중요하다. 1번 타자 이정후(넥센)가 출루한 뒤 중심타선이 터지면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 타자들의 페이스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대만이나 일본의 어느 투수가 나와도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 들어 우리 선수들이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팬 여러분께서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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