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름, 김유리와 매디슨 金 합작… 사이클 사상 첫 4관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일 03시 00분


그녀 훈련상대는 오토바이와 남자

“이제 마음 편히 아플 수 있겠네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자신의 4번째 금메달을 따낸 나아름(28·상주시청)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대회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던 그에게는 대기록 달성을 기뻐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나아름은 31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트랙 사이클 여자 매디슨 결승에서 김유리(31·삼양사)와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매디슨은 두 선수가 25km(250m 트랙 100바퀴)를 교대로 달려 더 많은 점수를 올리는 팀이 이기는 포인트 레이스다. 10바퀴마다 1위는 5점, 2위는 3점, 3위는 2점, 4위는 1점을 준다. 이날 나아름-김유리 조는 76점을 얻어 홍콩(61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금메달로 나아름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4관왕에 올랐다. 한국 사이클 역사상 최초의 단일 아시아경기 4관왕이기도 하다.

나아름은 대회 초반 열린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104.4km)와 도로독주(18.7km)를 모두 휩쓸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종목을 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나아름이 처음이었다.

나아름과 함께 금메달을 딴 김유리.
나아름과 함께 금메달을 딴 김유리.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나아름은 김유미-김현지-이주미와 팀을 이뤄 달린 트랙 사이클 여자 단체추발에서도 우승을 합작했다.

도로와 트랙을 오가며 4종목에 출전하느라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나아름은 “몸에 열이 나는데 에어컨을 켜고 자면 감기에 걸릴까봐 밤새 자며 깨며 버텼다. 그동안 고생한 게 아까워서라도 이겨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아름은 장선재 코치의 지도 아래 지옥 훈련을 했다. 장 코치가 탄 오토바이를 따라잡으며 스피드를 키웠다. 진천선수촌 내 벨로드롬 안에서 최고 시속 70km로 달리는 오토바이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매디슨 경기를 대비해서는 남자 선수들과 레이스 훈련을 했다. 단체추발과 매디슨 2관왕에 오른 김유리는 “훈련이 워낙 힘들어 경기 뛰는 게 오히려 훨씬 편했다”고 했다.

전남 나주에서 벼농사를 짓는 나점수-주명순 씨의 1남 3녀 중 셋째인 그는 “내가 조금만 더 예뻤으면 운동 대신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한 뒤 “그동안 날 위해 헌신해주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효도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탄 뒤 목표는 항상 올림픽 메달이었다. 내 꿈의 시작과 끝인 올림픽을 향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사이클은 금메달 6개, 은 3개, 동 4개 등 역대 최고 성적으로 모든 대회 일정을 마쳤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사이클#나아름#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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