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리즈(2발)를 남겨두고 1위 아르템 체르노우소프(러시아)와 2위 진종오(39·KT)의 점수 차는 1.6점이었다. 서바이벌 방식의 결선에서 줄곧 선두를 달린 체르노우소프와 한때 7.2점 차까지 벌어지며 탈락 위기까지 몰렸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2위까지 올라온 진종오였다.
‘러시아 선수가 오늘 너무 잘 쏴서 절대 이길 수 없겠다. 욕심은 버리되 한 발이라도 신중하게 쏘자.’ 이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 진종오의 ‘욕심을 버린 한 발’은 그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놓았다.
크게 한숨을 내쉰 뒤 격발에 들어간 진종오는 10.3, 10.4점을 기록한 반면 체르노우소프는 9.1, 10.0점에 그치면서 흔들렸다. 극적으로 동점(241.5점)을 만든 진종오는 슛오프(1발)에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10.3점을 쏴 9.5점에 그친 체르노우소프를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결선 사격장을 가득 메운 400여 명의 한국 관중은 “진종오”를 연호했다. 반면 ‘부부젤라’까지 불며 열광적 응원을 펼치던 러시아 관중은 침묵에 휩싸였다.
진종오는 6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공기권총 10m 개인전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또한 그는 이 종목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집중력의 신’ 진종오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초반에 흔들려도 끝내 역전을 만들어내는 ‘진종오스러운 경기’였다”며 웃었다.
우승 확정 직후 진종오는 올림픽 금메달 때도 흘리지 않았던 굵은 눈물을 흘렸다. 주최 측의 미숙한 경기 운영과 불운이 겹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공기권총 10m가 떠올랐기 때문. “아시아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서 욕도 많이 먹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생애 첫 아시아경기 개인전 금메달을 노렸던 진종오는 경기 전 시험 사격의 마지막 1발이 전자 표적 모니터에 보이지 않는 오류에 휘말린 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려 5위에 그쳤다. 진종오는 “당시 장염까지 걸려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음식도 가려 먹고 양치도 생수로 했는데….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이 겹치면서 한순간에 무너져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본선에서 진종오는 실수가 겹쳐 5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하지만 진종오는 메달 주인공을 가리는 결선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아시아경기에서의 불운을 털어냈다. 진종오는 “실수 한 발로 평생 후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선수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런 그에게 올림픽 목표를 물었다.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오늘 하루만큼은 사격을 잊고 기쁨을 즐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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