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의 만루포 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KIA 포수 한승혁 먼저 한 방… 삼성 강민호 역전포로 갚아
SK 한시즌에 3명이 30홈런

홈런 허용은 투수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렇지만 포수는 투수 못지않게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사인을 내고, 투수를 리드하는 포지션이 포수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4점을 내주는 만루 홈런의 충격은 더욱 크다.

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KIA전. 0-0이던 2회말 수비 때 삼성 포수 강민호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사 만루에서 KIA 타자 한승혁을 맞아 삼성 투수 백정현에게 유도한 2구째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며 만루 홈런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9번 타자이자 상대 포수에게 허용한 만루포라 더욱 뼈아팠다. 한승혁의 생애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설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 이은 3회초 공격에서 삼성이 2점을 따라붙은 후 2사 만루 기회가 강민호에게 왔다. KIA 선발투수 헥터의 2구째 컷패스트볼(시속 144km)이 한가운데로 몰리자 강민호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확하게 배트 중심에 맞은 공은 쭉쭉 뻗어가더니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이 홈런에 힘입어 삼성이 6-5로 역전승하면서 강민호의 홈런은 역전 결승포가 됐다.

개인 통산 11번째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린 강민호는 이범호(16개·KIA), 심정수(12개·은퇴)에 이어 통산 만루 홈런 3위에 올랐다. 박재홍(11개·은퇴)과는 동률이다. 포수로서는 최다 만루 홈런. 3연패에서 벗어난 삼성은 KIA를 7위로 끌어내리고 다시 6위로 올라섰다. 강민호는 “지금은 내 타격 컨디션보다 매 경기 투수 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하는 게 임무다. 투수 리드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SK전에서도 만루 홈런이 나왔다. SK 한동민은 1-2로 뒤진 4회말 두산 선발 린드블럼을 상대로 역전 결승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30호이자 개인 통산 4번째 만루포. 한동민이 30홈런 고지에 오르며 SK는 역대 5번째로 한 시즌에 3명 이상의 30홈런 타자를 보유하게 됐다. 로맥(37개)과 최정(31개)이 이미 30홈런 이상을 기록 중이다. SK는 선두 두산을 14-2로 대파했다.

KBO리그 역사상 하루에 3개의 만루 홈런이 나온 것은 이번이 5번째로 하루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이다. 올 시즌에만 벌써 40개의 만루 홈런이 쏟아지면서 역대 한 시즌 최다 만루 홈런인 48개(2015년) 경신 가능성도 있다.

LG는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진 선발 차우찬의 호투를 발판 삼아 한화를 8-5로 꺾고 5위 자리를 지켰다. 넥센은 KT에 6-4로 승리하며 4연패를 끊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한승혁#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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