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투수 중 상당수는 고교시절 타격 실력도 뛰어났다. 정상급 타자 중에서도 학창시절 에이스로 팀을 이끈 사례가 굉장히 많다. 그러나 프로입단 후에는 조금이라도 더 경쟁력 있는 포지션에 자리를 잡는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같은 투·타 겸업은 여전히 실패 확률이 높은 위험한 도전이다.
두산 베어스가 올해 1차 지명한 김대한(휘문고)은 제12회 18세 이하(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발군의 타격 실력을 선보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일본전에서 고시엔 스타 요시다 고세이를 상대로 3점 홈런, 대만과 결승전에서도 홈런포를 날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발 빠른 주루 플레이, 그리고 빼어난 외야 수비능력을 선보이며 대회 ‘베스트 9’에도 뽑혔다.
1차 지명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모습에 두산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러나 행복한 고민의 깊이는 더 커졌다. 김대한이 투수로도 큰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한은 투수로도 최고 시속 153㎞를 던지는 재목이다. 두산은 3년 만에 서울지역 1순위 지명권을 망설임 없이 김대한을 선택하는데 사용했다. 투수와 타자 양쪽 모두 1차 지명을 하는데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 입단 후 투수와 타자,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선수의 야구인생과 팀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수차례 김대한의 투구, 타격 모습을 영상으로 봤다. 아직 김대한에게 어떤 포지션을 맡길지 결정은 하지 않았다. 마무리 훈련 때 직접 지켜보며 코치들과 상의할 계획이다. 단 현재 모습은 투수로의 재능이 더 높아 보인다는 판단이다. 김 감독은 “투수로 공을 던지는 감각이 대단하다. 프로에서는 지금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장래성을 갖고 있다. 지금 타격 폼은 거칠다. 그러나 그 폼으로도 뛰어난 타구를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타격에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의 현 ‘뎁스 차트’도 김대한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산 야수진은 외국인 타자가 필요 없을 만큼 뛰어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야수들의 평균 연령도 낮다. 김대한이 타자가 된다면 장기적인 시각으로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반면 마운드는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투수를 한다면 야수보다는 1군에서 기회가 더 빠를 수 있다. 프로 입단 후 시행착오는 치명적이다. 선수 본인의 마음, 그리고 최종 결정자인 감독 모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