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한국축구의 중흥기다. A매치 관중석이 연이어 가득 차는가 하면, 경기장 밖에는 그간 보기 힘들던 ‘암표 전쟁’까지 벌어졌다.
한국축구가 때 아닌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반가운 호재다.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이변(독일전 2-0 승)을 기점으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승 그리고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신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성공적인 데뷔전(코스타리카전 2-0 승)까지 긍정 기류가 계속 이어지면서 한국축구에 이른바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이는 벤투호의 두 번째 친선경기인 칠레전이 열린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도 잘 느낄 수 있었다. 유효좌석 4만760석 가운데 사전예매분인 4만360석이 경기 전날인 10일 일찌감치 매진됐고, 남은 티켓 400장(현장 판매분+인터넷 취소분) 역시 경기 당일 판매 시작과 함께 동이 나고 말았다. 7년만의 2회 연속 A매치 매진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현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이른 시각부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저마다 응원도구와 유니폼을 앞세우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최근 A매치에서 볼 수 없었던 진귀한 장면도 목격됐다. 암표상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 곁에 다가가 흥정을 벌였다. 비록 불법적인 행위였지만 “A매치에 얼마 만에 암표 전쟁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표정에선 흐뭇함마저 묻어났다.
일명 빅버드로 불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 상권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 이후 10개월 만에 A매치를 맞이한 빅버드 주변 상가는 물론 노점상까지 줄이 빼곡하게 들어서며 한국축구의 되살아난 열기를 몸소 확인시켰다. 때 아닌 특수 탓에 자리다툼을 놓고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지만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킥오프가 다가올수록 그라운드도 활활 타올랐다. 경기에 앞서 태극전사들이 몸을 풀기 위해 등장하자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이어 경기장 전체가 암흑으로 변한 뒤 진행된 선수 소개 시간 역시 숨은 명장면이었다. 쩌렁쩌렁 울려 퍼진 함성 ‘대한민국’도 빼놓을 수 없었다. 휘슬이 울려 퍼지고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자, 스탠드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모처럼 태극전사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한국축구의 풍성한 가을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