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카타르월드컵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9월 A매치 시리즈를 1승1무로 마감했다.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미 강호’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팽팽한 승부 끝에 0-0으로 비겼다.
8월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칠레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57위를 찍은 우리와는 상당한 실력차가 있다. 단순한 의지와 정신무장만으론 뚫기 어렵다. 이날 경기도 태극전사들에게 몹시 버거웠다. 슛 찬스 하나 엮어내는 것도 큰일이었다. 실제로 전반전에 대표팀은 두 차례 슛을 시도하는데 그쳤다.
앞선 7일 고양에서 ‘북중미 다크호스’ 코스타리카를 2-0으로 제압한 대표팀은 또 한 번의 만원관중(4만127명) 앞에서 기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칠레는 차원이 달랐다. “경기를 지배하고, 쉴 틈 없이 압박하면서 흐름을 주도하는 축구”를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철학은 좀처럼 투영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은 쪽은 우리의 미세한 빈틈을 놓치지 않은 원정 팀이었다.
대표팀은 4-2-3-1 대형으로 나섰다.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최전방을, ‘캡틴’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과 남태희(27·알 두하일SC)~황희찬(22·함부르크)이 공격 2선을 책임지며 화력 강화에 많은 정성을 들였다.
그런데 남미 최고 미드필더로 군림해온 아르투로 비달(FC바르셀로나)이 중심이 된 칠레의 중원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한 대표팀은 허둥거렸고, 실책이 점차 늘어났다.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야 할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정우영(29·알 사드) 역시 부정확한 볼 터치로 아쉬움을 줬다. 칠레의 고질병인 빈약한 골 결정력이 아니었다면 초반 대량 실점의 위험도 있었다.
후반전 들어 벤투 감독은 적극적인 선수 교체로 잃어버린 흐름을 되찾으려 했다. 황의조를 빼고 지동원(27·아우크스부르크)을 원톱에 배치시킨 것을 시작으로 이재성(26·홀슈타인 킬)~황인범(22·아산 무궁화)을 투입했다.
중원의 퍼즐이 바뀌자 특유의 리듬이 살아났다. 후반 종료 20여분을 남기고 비달이 벤치로 돌아간 이유도 있었지만 상대 체력이 떨어지면서 압박이 느슨해진 영향이 컸다. 미드필드 진영에서 볼을 가로채는 횟수가 늘어나자 공격에 속도가 붙었고, 칠레의 뒷공간이 자주 열렸다. 여기에 세트피스 영점조정도 이뤄져 손흥민의 코너킥에 이은 중앙수비수 장현수(27·FC도쿄)의 강한 헤딩슛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표팀은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까지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2% 부족했다. 세밀하지 못했다. 가브리엘 아리아스(라싱)가 지킨 칠레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종료 직전, 상대에 일대일 찬스를 내줘 실점을 내줄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