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 유구중학교 박병필 진로교사(56)는 10월 28일 열리는 2018 동아일보 공주백제마라톤에 16년째 개근할 계획이다. 주변의 권유로 나섰던 2003년 대회가 마라톤 인생의 시작이었다. 박 교사는 “뭣 모르고 처음부터 하프 마라톤을 신청한 후 완주해 보름 정도 고생을 했다”며 웃었다.
고생스러웠지만 그때의 성취감을 잊지 못했다. 공주백제마라톤을 비롯해 홀로 주변의 크고 작은 마라톤을 찾아다녔다. 이제 매년 마라톤 6개 대회는 거뜬히 완주한다. 아직 풀코스는 엄두를 못 내지만 언제든 10km쯤은 가볍게 뛰는 ‘애주(走)가’다.
하지만 박 교사는 지난해부터 공주백제마라톤만큼은 5km만 뛴다. 재작년부터 학생들과 ‘유구중달림이’ 팀으로 참가하면서 생긴 변화다. 그는 학생들과 처음 함께 뛰었던 2016년 대회 때 별생각 없이 10km를 신청했다가 낭패를 봤다.
“마라톤 시작하기 전에 단체사진을 찍어줬는데 10km랑 5km가 서로 뛰는 타이밍이 다르니 정작 아이들 뛰는 사진을 못 찍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는 같이 5km를 신청해서 뛰면서도 찍고, 또 먼저 결승선에 들어와서 애들 뛰는 사진을 찍어줬어요. 사진 한 장씩 보내주고. 지금도 진로교실 앞 복도에 전시해놨어요.”
유구중은 공주시 유구읍에 자리한 재학생 133명의 작은 농촌학교다. 공주시내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 유구중에 부임한 박 교사는 우연히 ‘충청권 소재 초중고교 및 대학생은 5km 무료’라는 마라톤 참가 안내 공문을 보고 함께 달릴 학생들을 모집했다.
“여기는 시골이라 마라톤 같은 걸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아요. 또 학생들은 5km가 무료니까 부담도 안 되잖아요. 애들이 체육시간에 운동은 하지만 여럿이 어울려 뛰어본 적도 없으니 좋겠다 싶었어요.”
공주시에 있기는 하지만 유구읍에서 마라톤 출발지인 공주종합운동장까지 가려면 40분 가까이 버스를 탄 뒤 20분 넘게 걸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시내 구경을 하는 등 색다른 세상 구경이 된다. 박 교사는 “애들에게는 다 경험이다. 마라톤도 처음이고. 또 학교 운동장은 작다. 한 바퀴 뛰어도 150m 되려나? 오래 뛰어봤자 운동장 몇 바퀴 뛴 게 전부니까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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