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태양은 지지 않는다. 이태양(28·한화 이글스)은 올 시즌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백야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불펜투수로 변신한 첫 시즌이지만 안정감은 베테랑 계투가 따로 없다.
이태양은 14일 전까지 53경기에 등판해 71이닝을 소화하며 4승2패10홀드,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중이다. 이닝은 최충연(삼성 라이온즈) 다음 리그 2위이며, 평균자책점은 50이닝 이상 던진 불펜투수 가운데 팀 동료 송은범(2.12) 다음으로 낮다.
이태양은 2014년 붙박이 선발투수로 7승을 거뒀지만 이후로는 주로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선발등판이 단 한 차례도 없던 시즌은 올해가 최초다. 셋업맨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팀의 허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직후였던 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하기도 했다. 정우람까지 가는 길목을 제대로 지키는 그다.
이태양은 “두 자릿수 홀드가 기분 좋긴 해도 개인기록에 신경 쓸 시점이 아니다”라면서도 “홀드는 팀이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 등판했을 때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어떻게든 리드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판하는데,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태양의 뒤에는 ‘국가대표 마무리’ 정우람이 든든히 뒷문을 지키고 있다. 이 점은 이태양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만드는 요소다. “단언컨대 (정)우람이 형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내가 주자를 쌓아놓고 내려가더라도 어떻게든 막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자신 있게 던지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는 것 같다.”
스스로 꼽은 변화 포인트는 자신감이다. 한용덕 감독,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이 정신적인 부분을 단단히 만들었고, 여기서 앞선 시즌과 차이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부상과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재활을 거치며 단단해진 이태양이다.
선발로 10승 고지에 올라서진 못했지만 셋업맨으로 거둔 10홀드. 생애 첫 두 자릿수 기록이다. 그는 “그동안 선발 이미지가 강했는데 올해 중요한 보직을 맡으며 배운 게 많다. 두 가지 다 해낼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대전구장의 태양은 지지 않는다. 백야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이태양은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등판할 때 내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보면 나를 믿는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아직 3위에 처져있지만 2위로 가을야구를 치르는 것이 나와 선수단 모두의 목표다. 팬들께 이를 선물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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