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7일 고양체육관에서 시리아와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2라운드 2차전을 치렀다. 김상식(50)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고, 103-66으로 완승을 거뒀다. 6승2패(승점14)를 마크한 한국은 레바논과 동률을 이뤘지만 농구월드컵 본선 직행이 가능한 조 3위를 유지했다. 경기 내용은 나무랄 곳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 외 나머지 부분은 모두 엉망이었다.
한국의 코칭스태프는 김상식 감독대행 1명이었다. 경기가 임박한 시점에 강화위원 전원사임에 이어 허재(53) 감독의 사의표명 등 내홍을 겪은 후 대한농구협회(회장 방열)는 무대책이었다. 허 감독의 사임 직후 김 코치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언론에 대행체제를 발표했다. 또한 지난 14일 요르단 원정으로 펼쳐진 예선 2라운드 1차전에는 선수단만 파견했다. 협회 고위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큰 목표 아래 전임감독제를 실시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대표팀을 운영하겠다던 그 협회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시리아전 관중은 1279명에 불과했다. 농구관계자와 선수를 제외하면 순수 관중은 1000명이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평일이지만 A매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수치다. 남자농구대표팀이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탓도 있지만 협회의 준비도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숨어있었다. 시리아전을 앞두고 A매치를 진행할 대행업체가 교체됐다. 이전까지는 협회 마케팅대행사가 지정한 하청업체가 A매치 경기운영 전반을 담당했다. 그런데 비용이 너무 비쌌다. 한 경기당 대략 1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예산이 부족한 협회는 시리아전을 앞두고 경기를 운영할 업체를 바꿔야 했다. 고양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팀 고양 오리온의 이벤트 대행사에게 부탁해 경기를 소화했다. 비용은 이전에 비해 30%밖에 들지 않았지만, 관중수는 턱없이 줄었다. 한 농구관계자는 “협회는 정작 돈을 쓸 곳에는 쓰지 않고 엉뚱한데다 돈을 쓰고 매번 예산부족을 호소한다. 그 부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협회의 무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협회는 남녀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 WKBL과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7월 남북 통일농구 당시 협회 임원 다수가 평양행 항공기를 탔다. 그런데 KBL과 WKBL은 총재만 초청했다. 사무총장도 없다보니 두 총재는 취임하자마자 참석한 큰 행사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됐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협회는 아이디카드 발급을 약속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KBL과 WKBL 총재는 입장권을 사서 경기장에 출입했다.
사정상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협회의 자세다. 총재다운 대접을 하지 않고, 두 단체에 협회 지원을 부탁했다고 한다. 두 총재가 들어줄리 만무했다. 더욱이 협회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 협회 주도로 KBL과 WKBL을 통합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전 협의는 없었다. 이런 배경까지 있으니 KBL과 WKBL 총재가 바뀌었다고 해서 협회와의 관계가 개선되긴 요원해 보인다.
협회가 통일농구 등에 고무돼 안하무인격 행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도 그들은 대외적인 일에만 신경을 쓸 뿐 내실을 다지는 데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통일농구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다. 통일농구가 성공해도 그 때 뿐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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