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은퇴 후 호주로 떠났던 ‘대성불패’ 구대성(49)은 귀국 때마다 마운드 위에서 화제를 모았다. 첫 귀국이었던 2012년 아시아시리즈 때는 여전히 호주 팀 소속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016년 호주 청소년대표팀(15세 이하)의 감독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을 때도 친정팀 한화의 홈 개막전에서 깜짝 시구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 귀국은 다르다. 그는 마운드 위가 아닌 그라운드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부터 8개 구단 체제가 된 호주프로야구(ABL)에 신생 구단으로 합류한 질롱코리아의 초대 감독이 된 그는 17∼19일 경기 광주의 팀업캠퍼스 야구장에서 트라이아웃을 열고 함께 뛸 선수들을 매의 눈으로 살폈다.
“50세까지는 선수로 뛰겠다”던 그로서는 예정보다 1년 이르게(?) 마운드를 내려온 셈이다. 최근 두 시즌을 시드니 블루삭스 코치로 지내면서도 지역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어온 그는 ‘선수 생활에는 진짜 미련이 없느냐’고 묻자 “(박충식) 단장님이 함께 선수들을 키워보자고 하셨다. 선수로는 이제 끝난 것 같다”라면서도 “일단은”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트라이아웃 자리에 ‘선수 구대성’이 왔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 다시 물었지만 그는 단호했다. “안 뽑죠. 지금은 볼이 시속 130km 정도밖에 안 나오니까요. 145∼146km까지 던지는 선수도 있어요.”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프로구단 방출 선수, 독립구단 선수, 프로 미지명 선수 등 이미 야구 인생에서 한 번씩 좌절을 경험한 이들이 문을 두드렸다. 신청서에 구구절절한 사연을 적은 선수들도 많지만 구 감독은 자세히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야구장에서 야구로 보여줘야지, 글로 보여주는 거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그 대신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선수들의 투구 하나, 스윙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폈다. 첫날 온 170명의 선수들은 이튿날 95명, 마지막 날인 19일 65명까지 추려졌고 이날 면담 후 최종 25명이 선발된다.
그는 “한국의 1.5군 수준인 호주 선수들과 비교해 사실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 중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 아닌가. 지금은 프로에 못 간 선수들이지만 한 명이라도 더 잘 가르쳐서 다시 한국 프로 무대로 가거나 다른 나라에서 오는 스카우트 눈에 들게끔 키워주는 게 관건이다. 일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이아웃 기간 그는 간간이 ‘아재개그’도 선보이며 선수들에게 푸근하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트라이아웃이니까 예쁘게 얘기한 거다”라며 ‘고된 훈련’을 예고(?)했다.
“호주에서 코치 할 때는 이렇게 예쁘게 말 안 했어요. 소리도 치고 좀 강하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화낼 때는 소리도 지르고. 처음에는 선수들이 오해도 했는데 일단 기량이 올라오니까 다른 말을 안 하더라고요. 이번에 온 선수들도 정근우, 이용규 같은 근성 있는 선수들로 만들어야죠. 지금 예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웃음).”
‘감독 구대성’이 이끄는 질롱코리아는 11월 15일 구대성의 호주 친정팀인 시드니 블루삭스와 개막 4연전을 시작으로 10주간 총 40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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