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미지명 쓴맛 본 선수들… 독기 심어 키우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03시 00분


호주리그 참여 ‘질롱코리아’ 트라이아웃서 만난 구대성 감독

호주프로야구(ABL) 신생팀 질롱코리아의 초대 사령탑을 맡은 ‘대성불패’ 구대성 감독이 19일 경기 광주시 팀업캠퍼스에서 열린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야구공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광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호주프로야구(ABL) 신생팀 질롱코리아의 초대 사령탑을 맡은 ‘대성불패’ 구대성 감독이 19일 경기 광주시 팀업캠퍼스에서 열린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야구공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광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10년 은퇴 후 호주로 떠났던 ‘대성불패’ 구대성(49)은 귀국 때마다 마운드 위에서 화제를 모았다. 첫 귀국이었던 2012년 아시아시리즈 때는 여전히 호주 팀 소속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016년 호주 청소년대표팀(15세 이하)의 감독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을 때도 친정팀 한화의 홈 개막전에서 깜짝 시구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 귀국은 다르다. 그는 마운드 위가 아닌 그라운드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부터 8개 구단 체제가 된 호주프로야구(ABL)에 신생 구단으로 합류한 질롱코리아의 초대 감독이 된 그는 17∼19일 경기 광주의 팀업캠퍼스 야구장에서 트라이아웃을 열고 함께 뛸 선수들을 매의 눈으로 살폈다.

“50세까지는 선수로 뛰겠다”던 그로서는 예정보다 1년 이르게(?) 마운드를 내려온 셈이다. 최근 두 시즌을 시드니 블루삭스 코치로 지내면서도 지역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어온 그는 ‘선수 생활에는 진짜 미련이 없느냐’고 묻자 “(박충식) 단장님이 함께 선수들을 키워보자고 하셨다. 선수로는 이제 끝난 것 같다”라면서도 “일단은”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트라이아웃 자리에 ‘선수 구대성’이 왔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 다시 물었지만 그는 단호했다. “안 뽑죠. 지금은 볼이 시속 130km 정도밖에 안 나오니까요. 145∼146km까지 던지는 선수도 있어요.”

경기 광주시에서 진행된 호주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의 트라이아웃 현장. 해피라이징 제공
경기 광주시에서 진행된 호주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의 트라이아웃 현장. 해피라이징 제공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프로구단 방출 선수, 독립구단 선수, 프로 미지명 선수 등 이미 야구 인생에서 한 번씩 좌절을 경험한 이들이 문을 두드렸다. 신청서에 구구절절한 사연을 적은 선수들도 많지만 구 감독은 자세히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야구장에서 야구로 보여줘야지, 글로 보여주는 거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그 대신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선수들의 투구 하나, 스윙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폈다. 첫날 온 170명의 선수들은 이튿날 95명, 마지막 날인 19일 65명까지 추려졌고 이날 면담 후 최종 25명이 선발된다.

그는 “한국의 1.5군 수준인 호주 선수들과 비교해 사실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 중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 아닌가. 지금은 프로에 못 간 선수들이지만 한 명이라도 더 잘 가르쳐서 다시 한국 프로 무대로 가거나 다른 나라에서 오는 스카우트 눈에 들게끔 키워주는 게 관건이다. 일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이아웃 기간 그는 간간이 ‘아재개그’도 선보이며 선수들에게 푸근하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트라이아웃이니까 예쁘게 얘기한 거다”라며 ‘고된 훈련’을 예고(?)했다.

“호주에서 코치 할 때는 이렇게 예쁘게 말 안 했어요. 소리도 치고 좀 강하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화낼 때는 소리도 지르고. 처음에는 선수들이 오해도 했는데 일단 기량이 올라오니까 다른 말을 안 하더라고요. 이번에 온 선수들도 정근우, 이용규 같은 근성 있는 선수들로 만들어야죠. 지금 예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웃음).”

‘감독 구대성’이 이끄는 질롱코리아는 11월 15일 구대성의 호주 친정팀인 시드니 블루삭스와 개막 4연전을 시작으로 10주간 총 40경기를 치른다.
 
광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질롱코리아#호주프로야구#구대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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