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시즌 막판 LG를 피 터지는 ‘5위 싸움’으로 내몬 일등 공신(?)은 ‘한 지붕 두 가족’ 두산이다.
LG는 올 시즌 두산전에서 반타작만 했더라도 순위 싸움이 한결 여유로울 수 있었다. LG는 옆집 두산에 11전 11패를 당했다. 두 팀의 맞대결은 전통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잠실더비’로 불려왔기에 충격이 두 배다. 매 시즌 LG와 두산은 ‘잠실더비’에서 상대에게 ‘못해도 5승’은 거둬왔다. 하지만 올해는 LG가 한 번 더 패하면 ‘역대 잠실더비 한 시즌 최소승’의 불명예 기록을 쓰게 된다.
KIA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LG는 ‘5위 사수’를 위해서라도 두산전 연패 탈출이 절실하다. 더욱이 당장 20, 21일 2연전을 포함해 LG는 앞으로 두산을 다섯 번이나 더 만나야 한다. 하필 잔여 경기가 가장 많이 남은 상대가 ‘전패 중’인 팀이라는 사실이 기쁠 리 없다. LG는 이번 두산 2연전마저 내주면 27, 28일 KIA전을 ‘단두대 매치’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가을야구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가장 큰 고비가 ‘이웃집 두산’인 셈이다.
두산은 올 첫 맞대결부터 LG의 맥을 빼놨다. KIA에 2연승을 거두고 온 LG는 김현수가 9회 극적 투런포를 쳐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관심 속 치러진 ‘김현수 더비’는 허무한 연장 11회 끝내기 패로 끝났다. 5월에는 4연패를 하다 두산을 만나 8연패의 늪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10점대로 치솟아 선발진에서 이탈한 장원준의 올 처음이자 마지막 선발 등판 무실점 경기 역시 LG가 내준 ‘어린이날 잠실더비’였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LG는 넥센전 싹쓸이 승으로 후반기 분위기를 띄웠지만 다시 만난 두산은 또 한 번 연장 12회 끝내기 승리로 LG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시리즈를 모두 가져갔다.
가장 최근 3연전(7월 31일∼8월 2일) 때는 참다못한 LG 팬들이 폭염 속 두꺼운 ‘유광점퍼’를 꺼내 입고 연패 탈출을 기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또다시 스위프 패였다. 이제 팬들은 유광점퍼를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9월 말에 다시 두산전 시즌 1승을 기원하게 됐다.
이제껏 한 시즌 동안 특정 팀 상대 전승-전패 기록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가 삼미를 상대로 기록한 16연승이 유일하다. 시즌 내내 특정 팀을 상대로 승률이 ‘1할’에도 미치지 못하고 단 1승에 머문 경우는 총 다섯 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은 2016시즌 롯데(NC전 1승 15패)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