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의 간판 센터 이종현(24·현대모비스)의 목소리는 밝기만 했다. 마카오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리그 터리픽 12에 출전한 그를 20일 전화로 인터뷰했을 때다. “마카오는 처음인데 호텔이 참 좋네요. 제 몸 상태요? 특급 호텔 내부만큼 좋아요.”
이종현은 전날 중국 광저우와의 경기에 출전했다. 그가 공식 경기에 나선 것은 2월 부상 후 227일 만이었다. 이날 5분 55초를 뛰며 1블록슛을 남겼다. 기록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코트를 달렸다는 것과 경기 후 아무 통증도 없이 말짱했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꼈다. 이종현은 20일 일본 지바전에서도 21분을 뛰며 4득점 4어시스트 3리바운드 3가로채기를 기록했다.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이종현은 자신에게 불어닥친 암담한 현실에 한숨을 짓고 있었다. 2월 4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왼쪽 아킬레스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시즌을 마감한 그는 며칠 후 수술대에 올랐다. “일반인은 최소 1년, 운동선수도 8개월은 재활을 해야 완쾌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앞이 깜깜했어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 지난해 시즌 도중 프로에 뛰어든 그는 203cm의 큰 키에 긴 팔을 앞세워 한국 농구의 대들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농구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이종현은 독하게 재활에 매달렸다. 2월 말부터 14주 동안 용인 구단 체육관에서 트레이너와 하루 세 차례씩 6시간 넘게 고단하고 지루한 근력 강화 운동에 매달렸다. 트레이너들은 휴가까지 반납해가며 이종현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 7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그는 이달 들어 공을 다루며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이종현은 “시즌 전에 꼭 돌아오고 싶었다. 농구 시작한 뒤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몸만 따지면 100점 만점인데 경기 감각이 떨어져 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종현이가 뛰어난 신체조건에 비해 고교, 대학 시절 훈련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부상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 감독은 또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의욕이 넘친다. 부상 재발 우려 때문에 선수 기용에 신중을 기할 생각이다. 주치의, 전문 트레이너 등은 모두 완쾌됐다는 소견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몸만 가벼워진 게 아니다. 이종현은 부상 직전 113kg까지 나가던 체중을 105kg으로 줄였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 경우 부상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빵, 치킨 같은 야식은 아예 끊었습니다. 흰 밥 같은 탄수화물도 안 먹고 있어요. 육류 위주로만 섭취했죠.”
현대모비스는 다음 달 13일 개막하는 2018∼2019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문태종과 라건아(라틀리프)가 가세했고, 외국인 선수 선발도 잘됐다는 평가가 많다. 복귀 시점이 불투명했던 이종현까지 정상 궤도에 오를 경우 강력한 날개를 달게 된다. 유재학 감독은 “종현이가 돌아오면 수비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블록슛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함지훈의 체력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 부분은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게 유 감독의 얘기다. “슈팅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공격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훅슛도 보강하고 있다.(유재학 감독)”
이종현은 “코트가 그리웠다. 부상없이 전 경기 출전 하겠다. 멤버들이 좋아진 만큼 정상에 오를 기회가 찾아온 것 같다. 형들을 잘 도와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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