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자존심은 든든한 허리에 있다. ‘베테랑’ 우규민(33) 효과가 두루 작용했다.
최고의 수확이다. 올 시즌 필승조를 중심으로 구원진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 성적 모두 중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지만, 불펜만큼은 리그서 손꼽힐 정도로 강하다. 최충연부터 심창민~장필준~우규민까지 다양한 연령 대에 걸쳐 선·후배간의 조화가 적절히 이뤄진 덕분이다.
경험 많은 우규민이 구심점을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성적에 대한 부담에 부상 등의 악재가 겹쳤지만, 자신을 돌보는 일 못지않게 후배들에게도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마운드 위 후배들의 짐을 나눠지는 것 역시 그의 몫이었다. “동생들이 위축되어 있으면 먼저 다가가 위로해주곤 한다. 나는 그보다 더 안 좋은 상황도 많이 겪었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면 모두들 잘 알아듣고는 또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경기에 나서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하고 예쁘다.”
평소 동생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우규민은 앞장서 재미있는 제안도 했다. 특정 경기에서 실점을 할 경우 다음 시리즈 등판 때 타이즈를 유니폼 밖으로 끌어 올려 신는 ‘농군 패션’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벌칙 내기’다. 우규민은 “충연이와 일대일로 하다가 다른 구원 투수들에게도 의사를 물어 모두들 참여하게 됐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실점 후엔 알아서 농군 패션을 하고들 나온다”며 “덕분에 경기에 나가면 점수를 최대한 내주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더라. 그런 부분도 올 시즌 불펜이 강해진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슬며시 웃었다.
그럼에도 무거운 마음을 가슴 한편에 안고 지낸다. 허리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고, 팀에서 기대하는 선발 대신 불펜 한 자리를 맡은 까닭이다. 그는 3점대(3.60) 평균자책점(4승 1패 10홀드)을 지키고 있음에도 “미안한 마음은 마운드에서 (결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어 다행”이라며 “어린 시절 중간과 마무리 경험이 있지만, 다시 구원진으로 돌아와 보니 매 경기 대기하고 고생하는 불펜 투수들의 어려운 상황들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향후 선발로 돌아갈 우규민에겐 분명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지금이다.
삼성은 2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4-8로 패해 7위(63승3무70패)에 머물렀지만, 여전히 가을 야구를 향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5위 KIA 타이거즈(63승66패)와 아직 2경기 차이다. 우규민은 “정말 몇 경기 남지 않았다. 끝까지 5강 싸움을 할 것이다. 온 정신을 다해 최소 실점으로 막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