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1시간 정도 앞두고 연습장에 들어서는 그들의 손에는 아이스커피 잔이 들려 있었다. 엄격한 단체생활을 강조하는 과거 대표팀 시절에는 개별로 음료수 잔을 들고 훈련을 시작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27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 출전한 이용대(30·요넥스)와 김기정(28·삼성전기)이었다. 두 선수가 이 대회에 출전한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대표팀을 떠나 있다 이번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다. 태극마크 없이 이 대회에 나선 것도 처음이다.
이들의 출전이 가능했던 건 국가대표가 아닌 31세 이하 남자 선수는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대한배드민턴협회 규정이 법원 판결로 정지됐기 때문이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숙소도 한국 대표팀과 따로 쓰고 있다. 두 선수는 대표팀 동료 선후배를 의식해 말을 아끼면서도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편해졌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공백으로 세계 랭킹이 169위인 이용대와 김기정은 이날 16강전에서 세계 4위로 톱시드인 우승 후보 가무라 다케시-소노다 게이고(일본)를 상대로 59분의 접전 끝에 2-1(18-21, 21-10, 21-9)로 역전승하며 8강에 올랐다. 첫 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 3세트 수비가 살아난 게 승인이었다.
경기 후 이용대는 “이용대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남은 3경기 모두 이길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정은 “용대 형과 복식을 뛴 기간은 짧지만 삼성전기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마이웨이’를 선언한 이용대와 김기정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다. 이달 초 처음 손발을 맞추고 출전한 스페인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순조롭게 첫발을 뗐다. 이용대는 “내년 4월까지 최대한 랭킹 포인트를 쌓아 세계 8위 이내 진입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이용대는 “앞으로 대표팀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다시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요넥스와 계약돼 있어 빅터의 공식 후원을 받은 대표팀에선 용품 사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한 배드민턴 전문가는 “해외나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의류는 빅터를 입고 다른 용품은 개별 사용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배드민턴은 아시아경기에서 40년 만에 노 메달에 그치는 등 침체에 빠졌다. 배드민턴 팬들은 세계 1, 2위를 다투던 이용대와 김기정의 가세가 새로운 활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자 단식 성지현(인천국제공항)과 혼합 복식 서승재(원광대)-채유정(삼성전기)도 8강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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